한국일보

머레이힐 기차역

2005-12-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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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희(학부모 코디네이터)

머레이힐 스테이션은 우리 동네인 플러싱 150스트릿과 41애비뉴 선상에 위치한 롱아일랜드 레일로드 기차역이다. 플러싱에서 맨하탄 32가와 7애비뉴까지 22분만에 들어간다. 지하철 보다 요금은 비싸지만 아주 편리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학부모 코디네이터로 일하기 전 프리랜서 보석 디자이너로 일하던 나는 매일 이 기차를 타고 출퇴근 했다. 오랜 시간 이 역을 이용하다 보니 역이 너무 낙후됐고 곳곳에 지린내도 나고 겨울이면 계단에 얼음이 얼어 보행이 불편하고 내가 알고있는 역 중에서 제일 시설이 최악인 역이었다.어느 추운 겨울날 퇴근 후에 펜스테이션 사무실에 가서 역을 관리하는 사람, 공사담당자, 역 관리인의 전화번호와 담당자를 다 알아와서 틈만 나면 빚쟁이같이 전화하고 편지쓰고 자기가 그 담당이 아니라고 하면 악착같이 다른 책임자의 이름을 알아내고 그 전 담당자 이름을 들추며 계속 항의했다.


내용인 즉 “창피한 줄 알아라! 세계의 지붕이요, 세계의 도시라고 하는 뉴욕인데 우리동네 머레이 힐 역에 한번 직접 와봐라! 지린내 나고 천장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물이 새고 저녁에는 어두워서 위험하다. 장애자들 이용하는 레일도 없고 아기 엄마들은 어떻게 다니겠느냐 등등 내가 직접 이 역을 이용하며 느낀 모든 불편한 점을 전화로, 편지로 계속 역을 새로 고쳐주던지 아니면 새로 지어달라고 했다. 좀 치사하지만 왜 동양사람 많이 사는데라 별로 소란스럽지가 않아서 그러냐? 유대인 사는 동네같으면 이런 최악의 환경을 유기할 수 있냐고(요 부분은 전화로만 했음) 틈만 나면 취미생활 같이 괴롭혔다.관심을 갖고 롱아일랜드 레일로드에 조언을 해줘서 고맙다는 것과 또 한통은 2007년도 재개발 명단에 넣었으니 좀 불편하더라도 기다려달라는 내용이었다.
그 후 나는 뉴욕시 교육국의 학부모 코디네이터가 되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정신없이 지냈고 얼마 전 우리동네 머레이힐 역은 아마 뉴욕 근방에서는 제일 세련되고 현대적인 역으로 변신했다.

일년 가까이 디자인도 멋있게 밖에다 아치와 벤치와 의자까지 놓은 아주 아름다운 건물이 되었다. 몇일 전 은행나무 낙엽이 수북한 그 역을 지나면서 나의 작은딸 백희에게 물었다. 너 이 역 새로 지은 거 누구 때문에 지었는지 아니? 하고 모든 과정을 설명했더니 우리 딸 하는 말, 그 많
은 사람이 타고 다니는데 엄마 말 듣고 공사했겠냐며 콧방귀를 뀐다.
그래도 나는 안다. 물론 다른 사람도 불평했겠지. 그러나 미국의 주인인 내가 목에 핏대 세워가며 항의해서 재개발도 하고 2007년도 공사가 예정보다 훨씬 앞당겨진 것을 매일 이 역을 지날 때마다 마치 내 집 새로 지은 듯해 통쾌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내 작은 폭스바겐 자동차를 타고
쌩쌩 지나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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