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 프란시스코와 털코트

2005-12-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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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일(성은장로교회 장로)

너무나 유명한 ‘성 프란시스코와 털코트’ 이야기를 한번 생각해 본다. 진눈깨비가 캄캄한 밤을 뒤덮을듯이 모진 바람과 함께 휘몰아치는 길을 고급스러운 마차가 한 대 지나간다. 갑자기 늙은 거지가 두 팔을 걷어부치고 마차를 막아 선다. 마부가 놀래 겨우 마차를 급정거시킬 때 두 필의 말은 자갈이 너무 아파서 두 발을 높이 쳐들며 울부짖는다.

거지가 마차의 주인에게 다가섰다. “무엇을 원하느냐”며 동전을 던져준다. 거지는 얼어서 다 죽게된 얼굴로 말한다. “당신의 외투를 주십시요. 세상이 얼어죽을 것 같습니다” 부자는 화가 나서 거지의 뺨이라도 갈겨주고 싶어서 마차의 문을 열고 내리는 순간, 혹독한 겨울 눈보라 바람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거지를 바람으로부터 막아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난 겨울 파리에서 사온 새 코트였다. 참으로 따뜻한 모피로 안을 감싼 아주 비싼 코트였다. 자신도 모르게 코트를 벗어서 거지에게 입혀주고 얼른 마차에 타려는 순간 거지가 시커먼 더러운 손으로 부자의 손을 덥썩 잡으면서 “내가 추워 죽게 생겼으니 당신이 나를 안아주면 살 것 같습니다”며 손에 더 힘을 준다.부자는 기가 막혔다. 그 비싼 내 코트를 주었건만 거지는 더럽고 냄새나는 몸을 안아달라니... “이 염치없는 거지야” 하고 거지의 뺨을 갈기려던 손이 자신도 모르게 거지를 꼭 껴안고 있
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놀란 부자가 거지의 얼굴을 쳐다보았을 때 거지의 얼굴이 예수의 얼굴로 나타나는 순간 부자는 자신도 모르게 “주여” 하며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 그 거지는 순간 사라지고 땅바닥에는 김이 모락모락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아주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렸다.“프란시스코야, 네가 나를 살렸구나. 고맙다. 내가 예수니라”그리고 프란시스코는 집에 돌아와서 온 재산을 팔아 섬에 나환자를 위한 병원을 세우고 수도원을 세우고 자신도 다른 수도사와 같이 한 평짜리 방에서 기도와 함께 지내며 세상을 두루 다니며 전도로 일생을 보냈다고 한다.

지금도 프란시스코회 수도사들은 평생 수도사가 되는 날 받아 입은 옷 한벌로 평생을 보낸다. 나이가 먹을수록 그 옷은 덧대어 기워입어서 누더기가 되어도 개의치 않는다. 몇해 전 성 프란시스코 성당이 불에 탔을 때 한푼 한푼 모은 돈으로 그 성당을 수리해서 다시 문을 여는 날, 세계에서 모인 수도사들이 누더기옷을 입고 샌달을 신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성당으로 들어서는 이들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인 모습을 보았다.

저들의 가슴에 자신들이 입고있는 누더기옷이 바로 예수가 성프란시스코의 코트를 통해 보여주고 가르친 교훈이 살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 겨울이 우리 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매상은 예년보다 훨씬 줄었다고 가게마다 야단이다. 많은 업주들이 가게 유지비 조차 감당하기 어려워 가게를 그대로 버리고 떠난다는 한인도 있다. 보통 일이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희망을 꺼내어 때를 벗기고 다시 가슴에 품어보자. 새로
운 삶을 시작하려는 각오를 가져보자. 그러려면 우선 그동안 내가 살았던 오만한 삶을 버리고 자리잡은 사람들은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이 새 길을 찾도록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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