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줄기세포’ 진짜인가 가짜인가

2005-12-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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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주필)

세계 최초로 환자의 체세포에서 줄기세포를 복제하여 인류를 난치병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 길을 열었던 황우석 교수가 윤리문제에 이어 연구 성과의 허위성 문제로 인해 그의 연구생활에서 중대한 기로를 맞이했다. 그가 연구에 사용한 난자를 윤리에 어긋난 방법으로 구했다면 비판의 대상은 되겠지만 연구 결과를 뒤집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가 만든 줄기세포가 환자의 체세포에서 만든 줄기세포가 아니라 가짜라면 그의 연구는 물거품이 될 뿐 아니라 한낱 희대의 사기극이 되고 말 것이다.

황교수가 환자의 체세포에서 복제한 줄기세포는 인체의 각 기관을 만드는 장기세포로 분화시킬 수가 있는데 장기세포를 만들기만 하면 환자에게 거부감 없이 이식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각종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황교수의 줄기세포 복제는 인류 최대의 사건 중 하나로 주목을 받아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이 세계 줄기세포 연구의 중심지로 부상하게 되었다.그런데 지난 11월 12일 황교수의 연구에 대한 윤리문제를 이유로 그와 학문적 동맹관계에 있던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새튼교수가 공동연구에서 결별을 선언하면서 윤리문제가 표면화 됐다. 즉 연구에 사용된 난자가 불법매매 또는 연구원이 강압에 의해 제공한 난자라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이 윤리문제는 황교수가 2004년 2월 세계 최초로 수정난이 아닌 난자에서 인간배아줄기세포를 복제했다는 논문을 발표한 지 3개월 후에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연구원의 증언을 토대로 거론하기 시작한 것이다.그러던 중 국내에서 불법난자매매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에 황교수의 연구를 도운 미즈메디병원이 걸려들었고 이 병원이 불법거래 사실을 시인함으로써 황교수 연구에도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과정에서 MBC-TV의 PD수첩이란 프로그램에서 11월 22일 난자매매 의혹을 다루었다.

MBC의 PD수첩은 황교수의 연구에 불법난자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국민들의 맹렬한 지탄을 받았다. 세계적인 영웅으로 떠오른 한국의 황교수를 깎아내려 국익을 해쳤다는 비난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광고를 내는 12개의 회사가 모두 광고를 취소하여 PD수첩은 광고 없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이런 사태에 대해 MBC 노조는 11월 29일 성명을 발표, 언론은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보수 언론들이 황우석 만들기에 급급해 했던 원죄 때문에 진실을 외면한다고 비난했다. 때맞춰 네이처지도 황교수를 무비판으로 두둔하는 한국의 애국적 선동주의를 비판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MBC의 PD수첩이 황교수 연구의 비윤리성에 대한 제보를 받아 취재를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1일인데 이 때 줄기세포 연구가 가짜라는 제보도 함께 받았던 것이다. 지난 5월 미국의 과학지 사이언스지에 황교수가 발표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논문이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PD수첩이 의심하는 내용은 황교수의 줄기세포가 그의 주장대로 환자의 체세포를 복제한 것이 아니라 불임수술 후 수정을 통해 만든 배아에서 추출한 미즈메디병원의 줄기세포일 것이라는
요지이다. 그렇다면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라는 말이 거짓말이 된다. PD수첩 팀은 지난 11월 12일 황교수 팀으로부터 줄기세포 5종류와 환자의 체세포, 머리카락을 받아 DNA검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 결과 황교수의 줄기세포가 미즈메디의 줄기세포와 같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황교수 측은 이런 주장을 “대꾸할 가치 조차 없다”고 일축하고 있고 황교수의 논문을 게재했던 사이언스지는 일부 내용이 기술적으로 착오가 있지만 줄기세포의 연구성과는 분명하다는 입장이다.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진위 논란은 참으로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다. MBC방송이 무슨 근거가 있기에 한국의 국민적 영웅인 황교수의 세계적 업적인 줄기세포의 허위문제를 집요하게 추적하는지 모를 일이다. 이 보도과정에서 MBC는 국내 언론의 원죄론을 들먹이며 비판하는가 하면 세계의 양대 과학지인 미국의 사이언스와 영국의 네이처가 각각 황교수 편과 그 반대편에서 대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MBC의 PD수첩은 12월 6일 줄기세포의 진위에 대해 방영할 예정이지만 관계자들이 취재의 진행에 따라 일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한다. 만약 황교수의 연구성과가 그대로 인정된다면 MBC가 그 결과를 어떻게 감당할지 자못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만약 황교수의 줄기세포가 가짜로 밝혀진다면 이거야말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오게 될 것이다. 황교수는 희대의 사기꾼이 되고 한국은 줄기세포 연구의 중심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황교수를 지원했던 한국정부가 웃음거리가 되고 그를 영웅으로 생각했던 한국인의 좌절감, 그리고 세계에서 쏟아지는 한국인에 대한 비웃음이 우리를 매우 힘들게 할 것이다. 그러기에 과학자인 황교수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우리에게 계속 영웅으로 남아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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