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삼성의 거짓 발표

2005-11-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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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일(취재1부 부장대우)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어린 나이 때부터 피노키오와 늑대소년 얘기를 통해 거짓말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교육 받으며 자란다.또 여러 종교도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아무리 엄격한 교육을 받고 깊은 믿음, 신앙을 가졌다 해도 상황에 따라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게 마련이다.그래서인지 심지어는 어떤 거짓말은 ‘필요 악’이라며 ‘화이트 라이’(White Lie), 즉 깨끗한 또는 좋은 거짓말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거짓말은 그 색깔을 떠나 어디까지나 거짓말이다.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막내딸 이윤형씨가 최근 자신이 거주하던 맨하탄 콘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20대 꽃다운 나이에 자살은 신분과 그 이유를 떠나 커다란 비극이다.이건희 회장의 귀여움을 듬뿍 받아온 ‘이뿌니 윤형’의 죽음에 대한 가족과 그 주변의 아픔, 또 충격은 가히 짐작이 간다.


유족과 측근이 이러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도 누구나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그러나 삼성측이 윤형씨의 자살을 교통사고로 둔갑시키려 했던 행위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삼성측의 거짓말이 과연 고인을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유족, 또는 삼성을 위한 것이었는지 쉽게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바로 이러한 이유로 외국 언론은 일제히 삼성측의 거짓말을 문제 삼고 있다.외국 언론의 초점은 자살 원인보다 삼성측의 은폐 의도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세계 언론의 중심인 뉴욕에서 발생한 자살사건을 교통사고로 둔갑시키려 했던 삼성측의 어리석음과 오만, 또 거짓 발표에 대한 태연한 자세 등을 비난함과 동시에 삼성측에 대한 신뢰성 자체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만일 윤형씨의 죽음에서 그 어떠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삼성이 앞으로 다시는 대내외적으로 거짓이 없는 기업으로 거듭날 경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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