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어느새 12월이

2005-11-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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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벌써 12월이다. 한해가 시작됐나 했더니 어느새 시간이 지나 연말이 한달밖에 남지 않았다.이때가 되면 으레 사람들은 “아니 벌써 12월이...”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나” 하고 긴 한숨을 내쉬며 자신도 모르게 지나간 시간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 나이든 사람들은 “벌써 한 해가 끝났나..”하면서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의 스피드를 누구보다 절감한다.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누구나 앞을 향해 달려나가게 되어 있다. 그러나 각자의 인생은 주어진 시간이 제한돼 있다. 마치 꽂감을 하나씩 빼 먹다보면 어느새 다 없어지듯 인간이 사는 시간도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끝에 오게 마련이다. 그것이 곧 죽음이다.

결국 인간의 생이나 세월은 어떻게 보면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과정이요, 필연적인 숙명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계속되는 시간을 향해 오늘도 나아가야 되고 또 내일을 맞아야 된다. 마지막을 향해 계속 나아가기 위해 오늘이 있고 또 내일이 있고 모레가 있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단어는 개념으로만 있지 우리에게는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만 있을 뿐이다. 과거는 과거일 뿐, 지나간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는 것이다. 시간은 마치 그림자나 화살처럼 순식간에 지나가게 되어 있다. 해는 떴다가 지고 떴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 그러면서 날마다 낮과 밤이 교차되는 것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쉴새없이 왔다가 가고 또 왔다가 가곤 한다. 그런 세월을 반복하다 보니 사람들은 이때만 되면 어느새 나이만 먹고 주름살만 늘었지 해놓은 것은 별반 없다는 소리들을 많이 한다.


2005년 을유년도 이제 한달밖에 남지 않고 벌써 병술년 개해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왠지 세월만 자꾸 간다는 생각에 공연히 사람들의 마음만 착잡하다. 이렇게 한 해 한 해 지나고 또 지나고 하면서 아쉬운 심정은 누구나 있으나 과연 이 한해를 마감하면서 보내는 마음은 각자가 올
한 해를 얼마나 알차게 살아왔나 자각하면서 마무리를 하는 자세로 보내야 되지 않을까. 신앙인은 신앙인대로 자신이 신앙인으로서 과연 어떻게 살아왔나 돌아봐야 되고 무신론자들은 무신론자대로 한해동안, 아니면 지금까지 잘 살아왔나 점검하고 반성할 일이 있으면 반성해야
되고 고칠 점이 있으면 고쳐야 된다. 신앙인의 삶에도 태초가 있으면 종말이 있게 마련이듯 자
신의 삶의 방향도 제대로 가고 있는지, 또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각자 자
신의 삶의 기준이 있을 것이고 어떻게 살아가기를 원하는지 원칙이 있을 것이다.
새해 초에 세운 규정이나 규범에 과연 얼마나 내가 잘 살아왔는지, 또 세운 계획을 얼마나 잘
실천했는지 진단해 보는 것은 새해를 더 알차고 보람있게 지내기 위한 밑거름이요, 토대이다.
또한 앞으로의 생을 펼쳐나갈 때 좋은 표본이 되고 더 알차고 보람된 삶의 원동력이 될 것이
다. 그러므로 지금 이 한 달간은 무엇보다도 나의 한해를 되돌아보고 그를 통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지낼 것인가 하는 목표로 삼는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귀한 시간
이다.

시간은 지나고 보면 하루나, 한 달이나, 일년이나 똑같이 순식간에 오고 간다. 때문에 인간의 삶은 마치 새벽녘에 잠깐 내렸다 사라지는 안개와 같다고 한다. 화무십일홍이라고 아무리 권세가 있는 자라도, 세상의 모든 것을 맘껏 누리는 부자라도 영영히 누릴 것 같지만 그들도 모두 시간이 지나게 되면 언젠가는 다 안개처럼 가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각자에게 다가오는 한 순간, 한 순간은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이 시간을 보람있고 가치 있게 쓰지 않으면 마지막에 남는 것은 허탈감과 허망함 뿐이다.

미래를 향해 한 순간 한 순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마치 인간의 마지막 죽음인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한해의 시작이 되면 언제나 피할 수 없는 마지막을 맞게 되어 있다. 지나간 잘못과 이룬 실적을 바탕으로 종착역을 알고 미래를 가는 사람은 현명한 사람이다. 신앙인도 종말의 때를 알고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다. 자신이 어디서 와서 무엇 때문에 살고 또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알고 사는 사람은 시간의 중요성을 알고 사는 사람이다. 주어진 이 짧은 시간 한해의 결실을 돌아보고 앞으로 남은 시간, 또 남은 세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고심해 보는 알찬 마무리의 12월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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