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만남의 의미

2005-11-2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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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국(픽포스터 대표)

우리 인간들은 모태로부터 고고의성을 지르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간관계의 만남으로 시작하여 평생을 살아간다. 부모의 피와 살과 뼈를 빌려 모태로부터 태어나면서 자신의 피붙이들과의 만남이 시작된다. 부모와 형제들의 혈연적인 만남으로 어느 한 가문의 일원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라는 유행가 가사 속에는 만남의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우연이 아니라 함은 우리가 속세에 태어날 때부터 전생의 어딘가에 인연을 잉태하고 태어남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연분이라고 하는 만남의 관계를 표시하기도 한다.
이 세상, 이 하늘 아래에는 수십억의 인간들이 모래알 만큼 많이 살고 있다. 그 중에 연분이 닿아있는 사람들의 만남은 몇십억 분의 일로 이루어진다. 부모 형제들과의 만남이 자신의 피붙이들과의 만남이었다고 하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부부의 연을 맺는 부부간의 만남은 결국 타인
과 타인 끼리의 우연의 만남일 수도 있는 것이다.


부부가 만나서 평생을 살며 자신의 피붙이를 만들어 2세들과의 만남을 만들어내는 인생유전의 흐름 속에서 만남의 중요한 인간관계는 대를 이어가며 지속되는 것이다.우리는 태어나서 순서적으로 학교라는 공동체를 통하여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 과정 속에서 친구들과의 만남을 갖게 되며 이 과정 중 이성과의 만남을 통해 남녀간에 사랑의 꽃을 피우
게 된다. 그러면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맛보며 나름대로 철학을 가지면서 숙성해지기 시작한다. 사나이들끼리의 만남은 국방 의무로 군생활을 통하여 남자의 의리와 지조와 용감함으로 전우애의 불타는 연으로 끈끈하게 뭉쳐지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모든 만남들이 세월이 가고 서로간의 입장이 달라졌을 때 헤어짐이라고 하는 이별의 운명 앞에 서게 된다.

혹자는 오늘의 이 이별은 다음 세대에 다시 만남을 기대하는 운명적인 결과라고 말을 한다. 다시 만나기 위해서 오늘 헤어진다는 결론이 되는데 결국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수많은 인간들의 만남은 기대할 수 없는 쓰라린 헤어짐으로 가슴에 한을 품고 사라져가게 마련인 것이다.
필자는 지금 주마등같이 지나가버린 모든 이별들과 해후를 상상해 보지만 다시는 그들을 볼 수 없는 안타까움으로 가끔 눈물을 적시곤 한다. 헤어진 부모님을 생각해 보지만 어렴풋이 남아있는 기억만 메아리처럼 되돌아 올 뿐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제 인생의 황혼길에 서서 미국의 이민자로 살아가고 있는 이곳에서 내 인생의 새로운 만남들은 그 의미가 새롭기만 하다. 이민 초기 세탁소에서 시작하여 지금까지 동포사회의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과거보다 현실이 중요한 입장에서 현실에 적응하고 살기위하여 수십억 분의 일인 한 사람들을 이곳에서 새롭게 만나고 있다.

악연의 만남과 호연의 만남은 한순간에 엇갈리는 인간관계의 연분이기도 하다. 타국 만리에서 우리들의 만남은 결코 악연이 되어서는 아니된다. 이 땅에 살면서 남은 생을 다하여야 하는 우리들의 만남을 값지게, 그리고 소중하고 아름답게 승화시켜야 한다.뉴욕의 모든 동포들이 싫든 좋든 한민족의 피를 공유하고 태어난 피붙이들의 만남이라고 생각
할 때 서로가 중시하고 서로 돕고 서로 부대끼며 형제의 연으로 한 테두리 속에서 공생 공사 할 수 있도록 똘똘 뭉쳐 이민자의 난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또한 만사에 서로 양보하는 미덕과 한국인의 긍지를 마음껏 발휘, 이 미국사회 속에서 백년대계 길이 길이 의좋게 살아가는 영원한 만남들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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