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개꼬리 삼년 묵힌다고 황모 되더냐?”

2005-11-26 (토)
크게 작게
이창오(우드사이드)

이백만 국정홍보처 차장은 국정 브리핑에서 국정 홍보를 빌미로 대통령 노무현에게 아첨성 칼럼을 올리자 노무현 대통령은 ‘옳다꾸나’ 싶어 얼른 그에 대한 댓글을 달았다.

이백만 차장은 “염소 뿔 오래 묵힌다고 사슴 뿔 되더냐?”라는 제목의 글에서 “압축성장을 할 때의 박정희시대 한국이 고성능 자동차였다면 압축발전을 지향하는 노무현시대의 한국은 이륙을 준비하는 신형 비행기”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얼마 전에도 “박정희 대통령이 고등학교 교장이라면 노무현 대통령은 대학 총장”이라고도 주장해 화제를 모았다. 또 그보다 앞서 청와대 모 여성비서관은 “대통령은 21세기에 와 있는데 국민들은 아직도 20세기에 머물러 있다”는 말로 아첨을 떨기도 했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심복들의 아첨도 이쯤 되면 그야말로 수준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홍보처란 무엇하는 곳인가? 글자 그대로 정부에서 행하는 대소사를 국민이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홍보(선전)하는 기관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 국가에서 행하고 있는 각종 업무나 그 결과 등을 홍보만 하면 그만이지 박정희 자동차가 어떻고 노무현 비행기가 어떻고 하며 한 사람은 깔아뭉개고 한 사람은 영웅으로 만드는 이 파렴치한 언행이야말로 아첨과 아부의 극치요 맹종의 본보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한술 더 떠 “혁신과 균형-좋은 착점에 좋은 좋은 비유입니다. - 중략 - 그런데 약간 쑥스럽기도 하네요. 못본 척하고 갑니다”라고 댓글을 올렸다. 그 밥에 그 나물이 북치고 장구치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백만은 고성능 자동차와 신형 비행기를 점검해 봤는지 묻고 싶다. 필자가 점검한 바로는 박정희 고성능 자동차는 압축성장을 하면서 줄기차게 달려갔으나 이륙을 앞둔 노무현 최신형 비행기는 동체(북한 퍼주기)는 무지막지하게 크고 색칠(좌경 및 적화)도 잘 돼 있었지만 바퀴(국방, 외교)가 좀 부실한 듯 했다. 여기까진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결국엔 결정적인 타격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동체 안에 엔진(경제)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 쯤 되면 이륙은 커녕 시동 한번 못 걸어보고 내려야 할 판인데 이럴바엔 차라리 줄기차게 달린 고성능 자동차가 낫지 않겠는가?

언제쯤 엔진(경제)을 얹어 날지는 못할망정 시동이라도 걸어 보려는지...
또 있다. 박정희 교장은 정교사를 거쳐 교장에까지 오른 사람이었으나 노무현 총장은 임명권자와 코드가 맞아 강사에서 바로 총장으로 발탁된 사람이었다. 이백만 차장은 이 점을 간과한 것이다. 그러길래 대통령 노무현 자신도 ‘쑥스러워서 못본 척 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옛부터 성군 옆에는 충신이 모이지만 무능한 군주 옆에는 간신만이 꼬인다고 했다. 충신은 쓴 소리를 잘 하지만 간신은 단(甘)소리만을 골라 하는 법이다.대통령 자신도 단 소리 보다는 쓴 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 민심의 소재가 어디인가를 알아야 한다. 아부와 아첨하는 소리에 맞장구치며 댓글이나 올리는 호들갑을 떨지 말고 좀 더 무게있게 처신해야 될 줄 안다.

그리고 대통령 노무현의 심복 부하 여러분! 제발 손 비벼가며 단 소리만 골라 하지 말고 쓴 소리도 할 줄 아는 진정한 충신이 되도록 노력하라. 아부(阿附)와 아첨(阿諂) 혹은 아유(阿諛)의 뜻을 잘 새기라.
끝으로 필자도 이백만 차장에게 한마디 하고자 한다. “개 꼬리 삼년 묻는다고 황모 되더냐?”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더냐?” 박정희는 박정희, 노무현은 노무현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