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다보면 별 일도 다 있다

2005-11-2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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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륭웅(공학박사)

“살다보면 별 일도 다 있다” 아마도 이 말은 만고의 진리일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DJ라는 영문자로 알려진 사람(?)의 최근 명언이다. 나는 요즘 영어에 감사하고 있다. 영어가 아니었다면 대왕께서 창제하신 저 위대한 훈민정음을 써야하는 말 못할 괴로움을 받을 것이다. DJ의 이 말은 적어도 내가 보기엔 대한민국 국민의 절대 다수가 그의 과거 행적을 보면서 했을 법한 말인데 DJ 본인이 했으니 참으로 요상하다.

2005년 11월은 한국이란 나라의 검찰이 드디어 DJ 시절 국정원장 두 사람을 도청 혐의로 구속한 위대한 달이다. 이에 대해 DJ는 없는 일을 꿰 맞추었다느니 사실이 아닌 것을 조작했다느니 하고 벼라별 소리를 다 하면서 “살다보면 별 일도 다 있다”고 하니 그러면 국정원은 대통령에게 보고도 하지 않을 것을 미쳤다고 도청을 했단 말인가.


조사를 하다보니 옴짝달싹 못할 증거가 나왔고 국민과 언론이 두 눈 부릅뜨고 있어서 구속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더라도 너무 잘 한 일이다. 도청은 없었다고,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더니 부하에게 도청 없었다고 시치미 떼라고 해놓은 국정원장 두 사람은 참으로 딱하다.권력이 그리도 좋은가. 왜 그러고 사는가. 자식한테 뭐라 할 것인가. DJ가 대통령인가 뭔가를 할 때 신문에 “도청은 없으니 국민 여러분은 안심하고 통화하시라”라는 광고가 났었다. 바로 그 순간에도 대대적인 도청이 있었는데도 놀랄 것은 없다. 도청을 안 한다 해놓고 진짜 안 했으면 그게 어디 DJ인가.

사람이란 모름지기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하고 이름값을 해야 하는 것이니 이런 희안한 광고가 난 나라의 신문에 났다는 것 자체가 천하의 웃음거리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수준을 말하고 국민을 우롱한 것이다.한 사람도 아니고 1,800명씩이나 엿들었다고 한다. 검찰의 발표가 이 정도라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한국에 엿들을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그렇게도 많다니 과연 위대한 나라이다.

이번 사건에 청과 여권은 당연히 DJ측을 옹호하고 나섰다. 구속은 너무 했다느니 하면서, 그런 사람을 구속 안하면 누굴 잡아넣는단 말인가. 하기사 흥분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그 보다도 더 험한 꼴을 보고 사는데 뭐.
심약한 우리 국민들은 그래도 나이도 있고 하니까 DJ가 좀 반성이라도 하며 살았나 하고 바랐기도 했을지 모른다. 믿을 게 따로 있지.
나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저 악명 높았던 나치의 앞잡이 조셉 괴블즈(Josef Goebbels)가 한 말이 생각났다. “터무니 없는 거짓말도 자주 하게 되면 사람들이 믿게 된다”고.아직도 선생님 하면서 DJ를 감싸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한번쯤은 그랬으면... 나는 이번 사건에 대해 그 분들의 고견을 듣고 싶다. 혹시 내가 잘못 생각하는게 아닌지 하고. 하기사 살다보면 벼라별 일도 다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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