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범사에 감사하라

2005-11-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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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우리는 여러 가지로 참 좋은 여건 속에서 살고 있다. 무한정 받을 수 있는 햇빛, 공기, 물, 그리고 바람, 또한 자연 속의 나무, 꽃, 풀, 공중의 나는 새와 동물 외에도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먹고 갖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주변에 널려 있다. 그 뿐인가. 또 엄청난 문명의 이기 속에서 한없이 좋은 것들을 맘껏 누리며 살고 있다. 그런데도 사실 우리는 감사함보다는 오히려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늘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과 불평으로 가득하다.

감사할 조건이 많아서 감사할 줄 아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감사할 조건이 아닌데도 감사할 줄 아는 것이 바로 진정한 감사가 아닐까. 요즈음 우리가 사는 생활은 사실 어려움이 너무 많다. 끊이지 않는 자연재난, 보이지 않는 테러의 위협, 국가의 재정적자로 인한 서민들의 세금 부담, 상승되는 공과금과 과태료, 설상가상으로 밀려드는 사업의 어려움, 우리의 삶은 이래저래 너무나 힘이 들다. 그러다 보니 여기 저기서 탄식소리가 요란하다. 한 마디로 감사가 없는 생활이다.


그러나 어렵다고 해서 매사 불평만 한다면 우리 생활이 과연 어떻게 될까?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은 뻔한 일이다. 축복은 바로 부정적인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감사하는 생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400여 년 전 영국의 청교도들은 신앙의 자유를 얻기 위해 이 곳에 정착했다. 그러나 우리들은 돈을 벌고 자녀들을 잘 교육시키기 위해 이 땅에 이민 왔다. 청교도들과 우리의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못한 여건 속에서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았다는 것이고 우리는 빈손으로 많은 것을 일구었음에도 항상 감사함을 모르고 산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고생 끝
에 얻은 물질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병원, 학교, 교회 등을 세워 환원하는 자세로 나눔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나 하나, 내 가족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성경에는 ‘받은 바 은혜에 감사하라는’ 구절이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물질이나 사랑을 자꾸 더 많이, 더 빨리, 더 넘치게 가지려고 애를 쓴다. 이것은 우리의 지나친 욕심과 제어할 줄 모르는 욕망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감사보다는 오히려 불평과 불만. 시기, 질투, 경쟁
심만 불러일으킨다. 이것은 결국 마음에 분노감을 일으켜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지지 않지만 만일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몸에 엔돌핀이 나와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면서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많든 적든, 크든, 작든 다 감사해야 할 일이다.

일상에서 달을 보고도 감사, 해 보고도 감사, 비가 와도 감사, 비 그쳐도 감사, 눈이 와도 감사, 눈이 안 와도 감사, 바람 불어도 감사, 바람이 차도 감사, 몸이 아파도 감사, 건강해도 감사, 있어도 감사, 없어도 감사해야 할 일이다. 불평보다는 가진 것에 순종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
질 때 모든 생활에 기쁨이 있는 것이다. 같은 일이라도 긍정적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했을 때 능률이 오르고 시간도 지루하지 않고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그러므로 감사는 결국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천국은 네 마음속에 있다’는 말과 같이 천국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감사함으로 마음을 바꿀 때 곧 내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이다.

한인사회는 지금 식당이든, 네일 살롱이든, 세탁소든, 델리 그로서리든 모두 렌트비에 쩔쩔매고 종업원 주급 주기도 어렵고, 밀려드는 각종 공과금 때문에 신경이 날카롭다. 어쩌면 그들에게 감사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일지 모른다. 그러나 어렵다고 불평한다 해서 없는 게 채워질 것인가. 불평은 하면 할수록 점 점 더 늪에 빠지게 마련이다. 감사의 씨를 마음에 뿌리면 행복의 열매를 거두게 되나 불만의 씨가 뿌려진 가슴엔 불행의 열매를 맺는다는 말이 있다. 어느 것이 더 좋은 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지금 아프리카나 중동, 북한 같은 열악한 환경의 나라들을 보면 사람들이 하루 세끼 배를 채우기도 힘들만큼 엄청나게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가 하는 불만은 쓸데없는 푸념이요, 배부른 흥정이다. 우리는 그래도 여러모로 축복 받은 미국에 살고있지 않은가. 어느새 다가온 추수감사절,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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