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북한인권결의안’ 유엔 통과를 보며

2005-11-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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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전 세계 평화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유엔(UN)이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제출한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결의안’을 통과시켜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향후가 주목된다. 17일 유엔총회에서 통과된 북한 인권결의는 미국과 일본, 캐나다, 유럽연합 국가 등에서 84표의 찬성이, 북한·중국·러시아·베트남·이란 등에서 22표의 반대표, 한국·인도·싱가포르 등에
서 62표의 기권표가 나와 전격 채택됐다. 며칠전 CNN에서의 북한 참상 보도도 한 몫 한 것 같다.

인권결의는 2003년부터 유엔의 인권위에서 계속 채택돼 오다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 채택은 사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전 세계 국가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추진해 왔고, 이어갈 유엔의 채택이니만큼 북한을 개방시킬 수도 있게 할 인권
문제에 간섭할 수 있는 간접적인 구속력의 근간은 마련된 셈이다.
유럽연합이 유엔에 제출한 북한 인권결의안은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고문, 공개처형, 정치범수용소, 매춘, 영아살해, 외국인 납치 등을 거론하면서 북한 주민의 기본 인권과 자유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또 결의안은 인도적 지원기구와 단체들이 북한 전 영토를 완전하고 자유롭게 무조건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과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지원물자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몇 년 전 중국 연변에 갔을 때의 일이다. 그 곳에서 북한을 탈출하여 머물고 있는 북한 동포들 즉, 탈북자들을 여러 명 만나볼 수 있었다.
그들 중 중국에 연고가 있는 사람들은 그 집에서 보호해주고 먹을 것도 주지만 연고가 없는 탈북자들은 그렇지 못했다. 연변을 방문한 우리들의 차림이 조선족 동포나 중국인들과 달리 보였는지 탈북자라고 하는 바싹 마른 한 청년은 다가와 돈을 좀 줄 수 없느냐고 요청했다. 인권의 망각지대를 넘어 자유를 찾아 중국으로 넘어온 그 청년. 그래도 그 청년의 얼굴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아마도 북한에 남기고 온 가족과 형제와 자매를 생각하니 그랬을 것이다.

온 가족이 북한을 탈출했을 때는 더 이상 남은 가족이 없으니 당할 사람도 없겠으나 홀 홀 단신으로 북한을 탈출했을 시에는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이나 친지들이 곤혹을 치르게 되며 죽음까지도 맞게 된다. 그래도 그들은 먹을 게 없고 자유가 없는 인권의 사각지대인 북한에서 굶어죽기 보다는 차라리 탈출하다 죽을 경우가 되더라도 중국으로 들어와 거렁뱅이로 살아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중국과 북한은 경계가 따로 없다.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국경선 경계가 돼 있는 이 두 나라사이에 오늘도 수많은 탈북자들이 자유와 먹을 것을 찾아 사경을 넘어 중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같은 탈북자 문제는 중국과 북한의 문제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로 부각되고 있고 남한도 예외일 수는 없다.

중국 방문 중 두만강을 따라 자동차로 몇 시간을 다닌 적이 있다. 북한과 중국의 경계를 이루는 강폭이 넓은 곳도 많지만 좁은 곳도 있다. 강폭이 좁은 곳은 100m도 채 안 되는 얕은 곳도 있었다. 방문 당시 가뭄이 있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마음만 먹으면 북한에서 중국으로 얼마든
지 넘어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두만강 주변엔 휴전선처럼 철조망도 초소도 없기 때문이다.우리를 안내하던 조선족 안내인의 말에 의하면 북한에서 중국으로 탈출하려는 사람들은 두만강이 있는 경계까지 오는 것이 사경을 헤매는 험난한 과정이라 했다. 통행증이 있어야 여행을 다니는 북한이니 마음대로 다닐 수 없기에 그렇단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숨 걸고 중국 경계인 두만강까지만 오면 중국으로 건너오는 것은 다음 단계라 한다. 위험하지만, 여름 가뭄 때에는 얕은 강가를 따라 넘어오고 겨울엔 강이 얼어붙은 때를 이용해 밤에 넘어들 온다고 한다.

북한에 사는 동포들이 불쌍할 뿐이다. 선량한 동포들은 자유와 인권을 유린당한 채 굶주려 죽어가도 고위 공산당 간부들과 최고위직은 배를 두들기며 잘 먹고 잘 사는 나라 북한. 북한의 최고위직은 지금도 스위스 은행에 수십억 달러를 몰래 숨겨 놓고 자기 가족과 측근들은 호화판 세계여행을 시키고 있는 나라가 북한이다. 때가 된 것 같다. 유엔에서 통과된 인권결의가 북한을 진정으로 변화시키는 지렛대 역할을 하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북한은 이 법안통과를 ‘내정간섭’이라 억지 부리지 말고 겸허히 받아들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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