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그네스 반다

2005-11-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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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기(롱아일랜드)

‘About Schmidt’란 영화의 주인공은 보험회사의 간부로 오래 있다 은퇴한 후 차츰 초라해지는 자신의 모습과 아무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심지어는 하나 뿐인 딸자식 한테도 냉대를 받게되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실망과 좌절과 갑자기 버려진 듯한 서글픔에 허우적거리게 된다.
설상가상 부인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어 유물을 정리하다가 부인마저도 남편을 속이고 살아온 사실에 아연실색한다. 그러다가 월드비전(World Vision) 광고에 기아와 절망에서 허덕이는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을 후원해 삶의 희망을 주자는 말을 듣고 한 아이를 돕기로 결정한다. 주인공
은 자기의 답답한 마음을 편지로라도 털어놓을 상대가 생긴 셈이다. 이 영화가 주는 암시는 준비없이 맞는 노후의 쓰라림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월드비전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탤런트 김혜자, 박상원 같은 사람들은 그들의 삶의 가치를 명예나 물질적 차원을 넘어 더 높은 곳에 두어 가난하고 병들고 버려진 생명들을 돕는데 기쁨을 찾는 것을 보면서 적어도 그들의 노후가 영화의 주인공처럼은 되지 않겠구나 생각해 본다.
우리가 잘 아는 미아 패로우는 어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어려움을 겪고 자라나 배우가 된 후 UNICEF의 친선대사로 전쟁과 위험과 공포에 찌든 아프리카를 수시로 방문하여 굶주려 죽어가는 아이들을 돕는데 앞장서고 있다.자기 아이와 입양아 10명을 돌보면서도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에 대한 그녀의 헌신적 사랑은 참 아름답고 경이스러워 찬탄을 금할 수 없다. 아마 이들의 마음은 아름답고 보람된 일을 통해 항상 부하고 넉넉하여 엔돌핀이 흘러넘치는 삶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아그네스 반다(Agnes Banda)는 월드비전을 통해 지원하는 Malawi의 10세 된 소녀다.

사진엔 벌렁한 코, 그리고 큰 눈 그리고 큰 입을 한 선하게 생긴 아이인 것 같다. 몇번 편지를 받고도 게을러 답을 못했는데 항상 기도로 그 아이가 남에게 도움을 주면서 밝고 맑게 살아가는 사람 되게 해달라고 간구한다. 미국의 구호물자를 뒤집어 염색해 교복으로 만들어 입고 잉여농산물로 배를 채우며 아사를 면했던 우리들의 과거를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만약 미국과 우방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날 북한처럼 엄청난 사람들이 굶어 죽었을 것이다. 나만, 내 가족만, 내 교회만, 내 나라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고방식을 떠나 좀 더 넓게 바라보면 이웃의 어려움에 함께 동참하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나는 만큼 지구촌은 더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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