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워드롭 빌드

2005-11-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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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우(복식가)

옷을 잘 입는 첩경은 워드롭을 어떻게 빌드하느냐에 있다. 말하자면 옷장에 어떠한 옷들을 구비 하느냐 라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은 옷은 자기 취향대로 입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특히 남성복의 경우 자기 처지대로 옷을 입게 된다는 말이 옳을 것이다. 처지란 자기 직업이라든가 하는 분야라고 말해야할지 거기에 어울리는, 그리고 PTO(시재)에 따라 입을 옷을 갖추는 워드롭 빌드에 의미가 있다. 그래서 워드롭 빌드를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쿨(School)(복장 지식)을 먼저 이해하여야 된다. 말하자면 이태리안 스쿨, 후랜취 스쿨, 잉그리쉬 스쿨은 서로 어떻게 다른지 말하자면 남성 복식을 대별하면 유럽피안, 그리고 잉글리쉬로 나뉜다. 이태리나 후랜취의 유러피안이 패셔너블 하다면 잉글리쉬는 무척 보수 경향이라든가 하는 등이 이해가 될 때 자기의 선택의 여지를 알게 된다.

그래서 빌드된 워드롭은 남성의 파워 있는 옷차림을 하게 하여준다. 요즘같이 자유분방한 세상에는 아무 옷이나 눈맞대로 사서 입는 경향이지만 아직도 이곳 파워 있는 남성들의 워드롭 빌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장해서 비유하면 마치 사회라는 전쟁터에 나가 싸우기 위한 무기고와 같은 것이다. 제법 큰 집에는 walk-in Closet이 있어서 그 안에는 과거의 명가나 명망있던 인물들이 한때 입어서 이름이 붙어진 색상무늬나 스타일의 컬렉션이 들어있다. 예를 들면 글렌가의 글렌체크 수트라든가, 하운스 툿 스포스 재킷이라든가, 던 톤 스쿨 타이와 같은 전통적인 것들이다.


이러한 복식은 요즘 우리 유행하는 말로 부티나거나 여성 취향의 패션도 아닌 강한 남성 이미지가 부각되는 검소하고 근엄한 느낌의 것이다. 그리고 그 워드롭은 마치 치외법권처럼 절대 남성의 영역이다. 입고 벗고 그리고 챙기는 것까지 남성의 영역이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 생긴 문화인지 모르지만 아내가 남편의 양복도 사다 입히고 넥타이 같은 것도 아내가 사다준 타이를 맨다고 한다. 또 드라마에서 보면 남편이 출근할 때나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아내가 입혀주고 벗겨주고 받아들고 하는 장면은 현모양처인 양 보여주는 극중에서만 있는 일인지, 현실사회가 그렇게 변했는지, 부인들이 시간 여유가 많아서 그렇게 됐는지, 남존여비 시대 잔습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남성이 여성 취향에 의지하거나 여성 취향이 남성에 침범해서 남성의 기상이 무너지는 것도 문제로 보인다. 요즘같이 여성도 힘든 세상에는 크게 문제될 일은 아니지만 가끔 어느 집에 가보면 남편이 설거지를 하는데 아내가 힘들어 해서 안쓰러워 남편이 도와주는 것은 보기 좋은 것과 의례 설거지는 남편이 하는 것으로 된 집과는 다르지 않을까.

나라 간에 다소 문화 차이는 있지만 사람의 근본은 같은 것 같다. 힘든 일은 남성 몫이고 덜 힘들고 자질구레한 일은 여성의 몫이 되는 것은 당연해서 여성이 할 일, 남성이 할 일이 따로 있고, 여자는 힘없고 나약해서 앞세우고 힘 있는 남자가 뒤에 서서 보호하는 것이 신사의 매너가 된 서양의 그 미덕은 동양의 ‘부부유별’과 상통하는 것 같다. 아무튼 남성은 힘이 세어 언제나 승부를 겨뤄보고 싶은데 그 방패의 차림이 예쁜 여성의 취향으로는 역부족이다. 워드롭 빌드는 철저히 남성의 영역이 되어야 된다. 미국의 유명한 영화 “위대한 게츠비”의 작가 스캇 피츠제랄드는 말했다. “Gentlemen’s clothes are symbol of the power that man must hold and that passes from race to race”. 신사의 복장은 파워의 심볼인 것을, 남성은 누구에게도 갖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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