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갱단에 노출된 한인학생들

2005-11-17 (목)
크게 작게
한인 학생들 가운데 교내폭력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갱단에 가입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부모들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청소년 전문기관 ‘유스 앤 패밀리 포커스‘에 따르면 학교에서 다른 학생으로부터 시비의 대상이 되면서 시비를 건 학생이 속한 조직의 폭력을 두려워한 나머지 방어수단으로 갱 조직에 들어가는 한인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시비의 발단은 대부분 말이나 행동 또는 복장문제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이런 문제로 한인 학생들이 갱 조직에 가입하게 되는 이유는 폭력학생으로부터 한번 타켓이 되고 나면 미움을 당하면서 ‘가만 놔두지 않겠다’는 협박과 함께 계속 괴롭힘을 당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견디다 못한 피해학생이 갱 조직에 도움을 의뢰, 양 조직의 상황이 세력싸움
으로까지 비화되면서 마침내는 크고 작은 패싸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로 인해 도움을 받은 학생은 갱 단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하기 때문에 조직에 가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이런 현실은 최근 미 법무부가 밝힌 자료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미 법무부는 학교 폭력 데이터를 통해 한인학생을 포함, 아시안 학생들이 학교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기를 소지하거나 학내 갱 단에 가입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이 데이터는 또 이러한 문제가 지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배 이상 증가했으며 그 이후 지금
까지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학생들의 현주소가 얼마나 위험에 노출돼 있는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는 자료이다. 또한 부모들이 자녀들의 학교생활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정말 우리 자녀들의 안위와 학교생활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안심하고 공부해야 할 자녀들이 교내폭력을 피하기 위해 조직의 패거리가 되고 또 조직간에 패싸움까지 벌인다면 이는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들은 자녀들이 학교만 간다고 안심하고 있을 일인가. 내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친구관계는
어떠한지, 방과후는 무얼 하고 지내는지, 또 교내 외에서 무슨 문제는 없는 건지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자녀에게 무슨 문제가 벌어질지 모른다.

자녀들은 부모가 방심하는 사이 조직의 시비가 두려워 지금 이 시각도 갱 조직에 도움을 호소하려고 마음을 쓰고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 대화가 절실하다. 그리고 적극적인 보살핌과 대처, 학교측과 한인사회 관련기관과의 연대만이 자녀들을 갱단의 유혹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유념해야 할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