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이민자 학부모의 권리 찾기

2005-11-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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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2부 차장대우)

대다수 이민자 학부모들이 자녀교육에서 부딪치는 최대 장애는 바로 언어 문제다. 뉴욕시 교육청도 이를 감안, 지난해 통번역 담당부(TIU·Translation and Interpretation Unit)를 신설하기에 이르렀다.
통번역 담당부는 영어와 한국어를 포함, 총 9개국 언어로 시교육청의 공문과 책자, 각종 교육 홍보자료들을 번역, 출판하고 있다. 교육청이나 학교 공식행사의 통역은 물론, 이민자 학부모들과 상담을 앞둔 일선 교사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도 3자 통화방식으로 동시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하지만 현재 통번역 담당부에 근무하는 한국어 동시통역사는 2명에 불과하다. 기타 소수계 언어에 비하면 아직은 턱없이 적은 인력이 아닐 수 없다. 당연히 한인학부모들의 요청에 일일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한계가 뒤따른다.

시교육청은 각 학교에 지원하는 통번역 서비스 예산을 서비스 수요를 기준으로 책정한다. 따라서 한국어 통번역 서비스 요청이 많으면 많을수록 앞으로 통번역 담당부에 근무할 한국어 동시통역사 채용을 확대해 한국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자연히 늘어나게 된다.최근 들어 굳이 통번역 서비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 1.5·2세 한인학부모들이 많아졌다. 학교에서 발송되는 공문도 영어로 이해할 수 있고 통역기기 없이도 학교 행사나 교사 상담에도 부담 없이 참석할 수 있는 학부모들이 많다.


그렇다할지라도 교육청이나 학교 행사에 참석할 때 무료 제공되는 통역기기를 빌려 쓸 것을 강력히 권한다. 요청이 많은 만큼 다음 행사에는 교육청이 한인학부모들을 위한 동시통역사 배치와 통역기기 비치를 차츰 늘려가게 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영어로 언어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할지라도 이민자 학부모들의 권리 찾기 차원에서 다함께 동참하는 것이 바로 한인학생과 한인 이민자들을 위한 일이 된다.

뉴욕시 공립학교 재학생은 110만명, 이중 12.5%가 영어학습생(ELL)이다. 공립학교 재학생 학부모 가운데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비율도 무려 43%에 달한다. 언어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자녀교육 참여에 소홀히 하게 됐다는 한인학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각종 지원 서비스가 마련돼 있는데도 이민자 학부모의 권리를 스스로 찾지 않는 것은 그 무엇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핑계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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