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금강산도 식후경’

2005-11-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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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 < 취재1부 차장>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세력이 강화된 사실을 보며 느낄 수 있듯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하고 있다. 현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부친이자 전 대통령인 조지 부시 대통령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미국의 제41대 대통령이던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지난 90년 당시 미국의 공적 제1호였던 사담 후세인을 격파한 뒤 미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으나 경제에 실패한 대가로 재선에서 낙선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부친의 수모를 앙갚음(?)하며 제43대 대통령 자리에 오른 조지 W. 부시는 미 역사상 가장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9.11 사태를 잘 극복하면서 미 국민들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었다. 그러나 최근의 유가 폭등과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늑장 대처 등으로 그에 대한 미 국민들의 선호도는 아래로만 향하고 있다.부시 부자를 보며 ‘국민들을 편안하고 배불리 먹이는 정치야말로 그 어느 정치보다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다.9.11 사태 이후 미 국민들이 제 아무리 ‘U.S.A!’, ‘God Bless America’를 외치며 하나가 됐다고 하지만 당장 저녁 반찬거리가 떨어지면 애국심은 뒷전인 것은 당연하다.

이는 한인사회도 마찬가지다.가게 매상이 좋고 주급 인상폭이 크며 저녁 식탁이 푸짐할 때 한인들은 비로소 한인회장 선거에 관심을 갖고 미 유권자 등록을 하며 이웃 사랑을 실천할 것이다.1960년대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나라가 당신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 지를 생
각하기 전에 당신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생각하라”고 했다.그러나 생존의 시대 21세기에는 ‘나라’ 보다는 ‘나’, 즉 개인주의의 시대이다. 개인주의란 곧 실용주의다. 한인사회의 소위 지도자들은 ‘권익신장을 이룩합시다’, ‘후세들을 생각합시다’ 등등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사업보다는 ‘당신의 저녁상을 푸짐하게 해드립니다’라는 현
실적이고 실질적인 차원의 사업을 앞으로 구상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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