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가의 정체성과 지도자의 역할

2005-11-1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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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리(한미정치발전연구소 소장)

민주주의 이념과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기본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남한은 세계 경제대국 11위에 올랐을 뿐 아니라 미국의 6번째 경제교역국으로 발전해 왔다.세계시장을 누비는 삼성과 LG 등의 전자기술은 촌각을 다투며 그 성장속도가 인터넷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능가하고 있다. 한국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머지않아 일본의 기술력을 초월하리라는 예측은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분단과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인한 국가경쟁력의 소모와 해방 후 반세기라는 짧은 근대화의 기간이 이루어낸 성과 치고는 한민족의 잠재력은 가히 초특급이라 할 수 있다.지금까지의 성장속도로 보아 앞으로 한국이 세계 IT산업을 주도하여 세계 어느 나라도 한국과의 기술교류를 통하지 않고는 자국의 기술경쟁력의 발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하다.만일 북한경제가 남한과 보조를 맞출 만큼 성장하는데 남한이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통일이 빠른 시일내에 이루어진다면 동북아 물류국가라는 지역적인 이점을 충분히 살리게 될 것이고, 한반도는 작지만 대륙과 해양을 잇는 유럽의 물류국가로서 풍요와 부를 누리는 해상국가인 네덜란드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큰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더우기 동양의 정신과 문화의 핵심 축으로서 현대사회 과학기술문명의 오만함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에토스를 분출한다면 동서문화의 완충지대로서 한반도의 역할은 가히 세계사를 주도할 만큼의 역량으로 꽃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운명이 통일이라는 이데올로기 종식의 국면을 맞고 있는 이 시점에서 국가 지도자들은 얼마만큼 지도자로서 국가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세계화의 물결이 지구촌을 휩쓴 이래 한 국가의 운명은 결코 독립된 길을 걸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선상에서 볼 때 북한의 핵문제로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된 것은 지구촌의 평화를 갈망하는 인류의 기원에서 내재된다. 더우기 최근 몇년 동안 북한의 인권문제가 세계를 충격속으로 몰아넣은 것은 북한이 체제 유지를 목적으로 국가 구성의 기본인 국민의 생존권에 그만큼 소홀했기 때문이다.
남한 또한 해방 후 50년만에 권위의식과 기성정치의 부패를 청산한 진정한 의미의 민주화를 이룰 계기가 된 참여정부가 그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의 운명, 통일의 당위성 그리고 세계 속의 독립국가로서 한 국가의 역할을 당당히 해내야 하는 국가의 지도자로서 현 정부는 그 기본적인 인식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버린 듯 하다. 하여 경제기술력은 세계 수준이나 정치력이 이를 따라주지 못하니 북한문제를 미국을 위시한 강대국들이 그들의 안건으로 처리해도 당사국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고 유엔의 북한인권안 표결안에서도 유일하게 기권하는 수모를 겪는 것이다.

한 나라의 지도자는 적어도 그 나라의 운명을 꿰뚫어야 하며 국가가 발전하고 국민이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데 최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그러한 인식 속에서 국가 발전을 위한 모든 정책들이 수립되고 실행되어야 국민들이 만족한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가 탁상공론으로 빠질 때 그것은 오직 정치인을 위한 정치이며 국민과 정부가 부유하는 국
가는 기형적인 발전만이 있는 것이다.이러한 측면에서 다수 국민의 생존권이 피폐한 이 시점에서 북한의 국가 지도자로서의 역할은 국가 정체성의 문제와 별개로 그 자격을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은 국가 구성의 기본요소인 다수 국민의 생존권을 위해 지도자는 체제 유지에 더 이상 연연하지 말고 북한 경제회복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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