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인은행들의 과열경쟁

2005-11-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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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2부 차장대우)

맨하탄에서 대형 식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는 요즘 즐거운 고민에 빠져 있다. 오랫동안 외국계은행을 이용해왔던 이모씨는 지난해부터 모 한인은행으로 계좌를 옮겨 은행 거래를 해오고 있다. 그런데 지난 3~4개월새 다른 한인은행 2곳에서 잇달아 현재 거래하고 있는 은행보다 더 나은 조건의 대출 금리와 크레딧 라인을 제공하겠다며 자사 계좌를 오픈해 줄 것을 요청해왔다. 이씨는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은행으로 계좌를 옮길까 생각하고 있으나 기존 은행과의 ‘의리’ 문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사례는 최근 한인은행가에 일고 있는 경쟁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올 들어 한인은행들간의 한판 경쟁이 벌어지면서 은행들마다 너나 할 것 없이 금리우대를 내세워 다른 은행 고객 뺏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다른 은행고객을 겨냥한 점포 늘리기 경쟁도 한창이다.은행들이 대출 금리는 낮춰주고, 예금금리는 높여주는가 하면 점포도 여기저기 세우면서 문턱을 낮추고 있어 고객 입장에서는 당장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없다.더 나아가 은행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한인 은행들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란 기대감도 한편으로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처럼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은행간 경쟁을 마냥 즐길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한인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최근 눈앞의 고객 유치에 급급한 나머지 역마진이 우려되는 데도 이처럼 은행들마다 제살깎기식 경쟁 조짐이 벌어지고 있다”며 “요즘 은행간 경쟁의 결과는 정해진 파이를 누가 많이 가져가는가 하는 제로섬 게임일 뿐”이라며 우려했다.

은행간 경쟁을 통해 금융서비스 질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한인은행들 서로가 발전할 수 있는 경쟁의 선순환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이런 식이라면 결국 은행들의 과열경쟁은 단기적으로 고객들에게 유리할지 모르지만 은행이 한인경제의 젖줄임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한인사회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한인은행들간의 경쟁이 일부의 시각처럼 제살깎기식 출혈경쟁으로까지 비화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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