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육의 아웃소싱

2005-10-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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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교육가)

신문에 실린 사진 한 장이 있다. 페루 수도 리마의 한 호텔에서 실시한 임산부들을 위한 돌고래 요법 장면이다. 배가 부른 여인이 돌고래 주둥이를 배에 대고 있다. 뱃속의 태아가 돌고래와 어떤 교감을 나누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 요법은 돌고래의 초음파로 태아의 두뇌를 자극해 신경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방법까지 생각해낸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한국에서 옛부터 널리 행하던 각종 태교와 일맥 상통한다.부모는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어떤 일이든지 하고 싶다. 보상을 바라지 않는 부모의 본능이다. 그래서 부단히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인도에 아웃소싱(outsourcing)하는 미국 과외도 그 산물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온라인 가정학습 서비스 업체들이 정력적으로 합세를 하고 있으니까 3년여 전 시작된 후 지금은 수천명의 고교생이 소위 ‘e-가정교사’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왔을까.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용품·의류·식료품 등을 생각해 보자. 원산지나 제품 공급지가 온 세계 각 지역에 이른다. 될 수 있는 대로 생산가를 줄일 수 있다면 멀고 가까운 거리는 다른 방법으로 조절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 바야흐로 글로벌시대가 아닌가.


그래서 교육에도 이 방법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e-가정교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정보통신의 발달임은 말할 것도 없고, 지역에 따라 다른 시간차이도 도움을 준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학생이 컴퓨터를 매개체로 하여서 이루어지는 개인교수는 서로 얼굴을 모르더라도 효과적으
로 시행된다고 한다.더 중요한 장점은 인건비가 저렴한 점이다. 미국 내에서는 시간당 40달러에서 100달러까지 하는 교육비가 e-가정교사의 경우는 15달러에서 20달러라고 한다. 기업가들이 인건비가 싼 지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방법이 적용된 것이다. 이 경우 왜 인도인가. 그들은 영어를 사용하고, 정보통신이 발달한 나라에서 살고 있어서 앞으로 세계를 이끌 것이라는 예비 주인공들이다.

학문의 발달 양상을 보고 있으면 한없이 세분되면서, 한편으로는 인접 학문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문화 발달의 양상 역시 세계적인 보편화가 진행되면서, 각 지역 고유의 문화가 영롱한 빛을 발휘하고 있다. 과학의 발달, 기업 경영 방법의 변천 양상을 보더라도 서로 영향을 주면서 새로운 방법을 창출하고 있다.아웃소싱이 본래는 기업 경영 방법이었지만 지금은 교육 방법에 적용되고 있지 않은가. e-가정교사의 혜택을 받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교육계의 반응은 어떤가. 전미교육자협회(NEA) 관계자는 ‘인터넷을 활용하여 사교육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내 중고교생 가운데 인터넷에 접할 수 없는 학생도 상당수’라고 강조했다.미국 교사들이 염려하는 것은 교육 환경에 따라 e-가정교사가 있는 학생과 없는 학생들 사이에 벌어질 격차이다. 그래서 공교육 개선에 당국·교사·학부모가 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시대의 흐름은 한국·미국· 더 나아가서 세계적인 공통적인 병폐인 것으로 본다. 전반적으로 교육 환경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오직 공교육의 질적 향상이다.또 하나 중요한 것은 공교육에서 우수한 교육환경을 형성하고 발달된 교수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정체성 확립에 도움을 주는 교육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특히 미국처럼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이민의 나라에서는 어느 특정한 문화교육을 실시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 방면의 교육은 가정과 특수 교육기관에서 실시할 수 밖에 없다.그리고 인성과 가치관 확립을 위한 정체성 교육은 다른 나라에 아웃소싱을 할 성질이 아니다. 만일 아웃소싱을 한다면 한국 내에 주문을 해야 하겠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바로 옆에 같은 체험을 하였기 때문에 적절한 지도를 할 수 있는 풍부한 인적 자원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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