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차를 다시 몰게된 어느 친구의 고백

2005-10-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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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하늘이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또 하늘이 사람을 길들이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다 다르겠지만 하늘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은 하늘이 그를 길들이는데도 늘 긍정적 자세를 갖고 따라가야만 한다. 아무리 고집이 세고 독선적인 인간이라 해도 하늘이 사람을 길들이는 데는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 말은 인간은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말과도 같다. 이런 이치를 일찍 깨달아 삶을 사는 사람들은 그만큼 세상을 순조롭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자기 고집만 부리고 독선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만큼 세상을 어렵고 힘든 길로 살아가야 하는 고생을 자초하게 된다.

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술을 좋아했다. 그냥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애주가요 분위기를 좋아했다. 노래도 잘 불렀다. 어떤 좌석이건 분위기를 띠워주는 그런 역할을 했다. 술을 지고가지는 못해도 마시고 가라면 한말이건 두말이건 모두 마시고 갈 그런 친구였다. 그러니 자연히 주위
엔 술친구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술을 좋아하던 친구, 수 십 년을 미국에 살면서도 사고 한 번 안 나고 음주음전으로 걸리지 않다가 올 초에 된통 걸렸다. 생일파티에 간 이 친구는 토요일 대낮부터 빈속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는 술을 전천후로 마신다. 스카치, 위스키, 배갈, 정종, 맥주, 와인, 막걸리, 소주 등 있으면 있는 대로 모두 마시는 습관을 그는 갖고 있다. 이 날도 술에 취해 정신 나간 상태로 차를 몰다가 사고를 저질렀다. 남의 차를 들이받고 가로등을 받고 가로수를 받고 마지막으로 파킹미터기를 받으면서 차는 대파됐다. 경찰이 오고 앰블런스가 오고 난리가 났다. 이 친구 왈 깨어보니 병원 응급실에 누워 있더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친구는 손가락 한 군데 다친데 없었다. 차는 대파돼 정크로 갔는데도.


경찰이 “너 괜찮아?”하고 묻자 그는 “괜찮다”고 하니 바로 수갑을 뒤로 채우고 경찰서로 연행해 갔다. 경찰서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조서를 꾸민 다음 크리미날 코트 감방에 그날 밤으로 수용됐다. 감방에서 하루 밤을 보낸 그는 보석금 없이 풀려났다. 초범이기에 그랬다. 그리고 운전은 음주측정과 피 뽑기를 거부했기에 법원에서 바로 운전면허가 정지되는 판결을 받았다. 이 친구, 이때부터 차 없이 직장을 10개월을 다녀야 했다. 버스와 전철을 타고 불편한대로 직장을 다니며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동안 들어간 물질적 손해와 정신적 피해 및 가족들에게까지 준 간접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다행히 능력 있는 변호사를 통해 전과 없이 교통위반으로 재판은 기적같이 끝났지만 고생은 말이 아니었다.

이 친구 왈, “알코올중독자들만 상담 교육받는 카운슬링을 개인적으로 14회 받았다. 이 수료증을 법원에 제출했다. 재판은 운전면허 3개월(90일)정지로 끝났다. 차량국에 가 컨디셔날 면허증을 받았다. 그런데 그것은 조건부였다. 주정부에서 실시하는 음주운전교육(DDP)을 7주간 받아야만 정식 면허증을 돌려받게 돼 있다. 매 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두 시간씩 받았다. 음주운전교육 클래스 20여명 중에 한인이 3명 있었다. 시험도 보고 발표도 하며 토론도 한다. 음주운전으로 피해당한 자들의 비디오 녹화를 보면서 음주운전은 범죄요, 또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지 교육받는다”고. 이 친구는 7주간의 교육을 무사히 마친 후 정식면허증을 신청해 받았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다시 자동차를 구입해 타고 다니고 있다. 그는 지금 많은 사람들에게 “음주운전하지 말라”고 계몽하고 다닌다. 그 스스로 겪은 10개월 동안의 악몽 같은 시간을 통해 정신적, 물질적 피해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이 많았기에 그럴 것이다.

그는 “자신은 하늘의 사랑을 너무나 많이 받은 사람 중의 하나다. 술 좋아하고, 술 먹고 운전하길 큰 자랑으로 알던 나에게 하늘은 이번 사고를 통해 나의 잘못된 버릇을 고쳐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동차 없이 다니는 동안 그렇게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부러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찌그러진 차를 타고 다녀도 그 운전자들의 신분은 주 정부가 인증해 주고 확인을 해 주고 있는 것을 재삼 확인했기 때문이란다. 면허증이 박탈돼 운전을 못하는 상태의 구속적인 상태에서 벗어나 다시 운전을 시작한 그 친구는 지금 모든 것에 감사를 드리고 있단다. 하늘이 사랑하여 큰 음주사고에서도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고 다시 신분이 회복돼 자동차를 몰고 다닌다는 그 친구. 새로 태어나 다시 사는 기분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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