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병(老兵)의 눈물

2005-10-3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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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정(대한민국 재항군인회 대동북부지회 부회장)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미북동부지회 임원들은 중추절을 전후해서 롱아일랜드 스토니브룩에 있는 주립 재향군인 요양원을 위문차 방문하였다.
동 향군 요양원에는 350여명의 환자들이 입원하여 있었고 대략, 70여명이 한국전 참전 베테랑들이었다. 그 가운데 5인의 노병에게 ‘평화의 사도 메달’을 수여하고 한미 베테랑들의 우의를 나누고 친선을 다지는 조촐한 기념식을 거행한 바 있다.

미 재향군인 롱아일랜드 지구의 Bob Morga 향군지대장은 인사말을 통해 55년 전 한국전 당시에 전쟁의 참화로 인하여 판자집, 잿더미에 불과하였던 한반도가 세계 7대 공업국으로 성장한 것을 치하하면서 진실한 벗으로써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병상에 누워있고 휠체어에 의지한 노
병들을 먼 길을 찾아와 방문한 것에 대한 보람을 갖게 되었다.
5인의 메달 수여자는 다음과 같다.


■로버트 윈드허스트-1951년 4월 한국전에 참가. 하워드 쟌슨에서 매니저로 일했던 경력으로 미 육군장교 식당 요리사로 근무. 한국전 참전 동성 훈장. UN군 참전 국방훈장 수령.
■프랜시스 스미스-미육군 7사단 근무. 다수 전투에 참가. 전투중 파편으로 청각 상실. 무선통신병으로 근무.
■벤자민 몰간-1951년 미육군 입대. 54년 선임하사로 명예제대. 다수 전투에 참가. 한국전 참전 동성훈장. UN군 참전 훈장. 미국방성 훈장 수령.
■찰스 벨만-1951~52년 미육군 7사단 32연대 근무. 전선에 탄약과 인원수송 책임을 수행. 왼편 다리에 파편상을 당함. 연대 전투 참가 뱃지 수령.
■알란 바톤-1952~56년 미공군 근무. 일본기지에서 북한 상공으로 편대비행. 비행기 수리 및 유지관리. 수송참모부 장교 근무. 공중비행이나 지상근무 때나 위험성은 동일하였다고 진술.‘평화의 사도 메달’(Ambassador of Peace Medal)을 휠체어에 의지한 노병의 목에 걸어 드리
면서 70대 후반의 노쇠한 얼굴에 눈시울을 붉히며 몇방울 맺히는 눈물을 볼 때 잊혀져 가고 있는 한국전 참전 노병의 추억과 회한을 잠시나마 유추해 보았다.

55년 전, 20대 초반이었던 그들에게는 꿈도 많았을 것이고 인생 계획도 다채롭게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날 전투에 몰두하다가 파편으로 인해 청각을 잃기도 하고 다리에 파편상을 입기도 하여 50여년을 병상에서 치료를 받으며 그 날에 있었던 전투의 기억을 곱씹으며
일생을 살아온 노병, 그의 눈물은 깨끗하고 고결한 회한의 눈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역사 속의 모든 전쟁이 그렇듯이 잊혀져가고 있는 한국 6.25전쟁 역시 수많은 젊은이들의 꿈과 삶과 한을 짓밟아 버리고 역사 속으로 잊혀져가고 있다.그러나 우리들 남아있는 전우들의 몫은 노병의 눈물을 헛되게 하거나 잊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동방의 은둔의 나라’ ‘조용한 아침의 나라’로 알려진 한국을 위하여 한국 백성의 생존과 자유와 번영을 위하여 젊음과 목숨을 바쳐 헌신하였던 한국전 참전 노병의 눈물을 회상해 보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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