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네 꿈을 펼쳐라!

2005-10-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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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2부 차장대우)

바야흐로 고교 12학년들의 본격적인 대학입학 준비가 한창이다. 때가 때인 만큼 접수 마감을 앞두고 입학 신청서를 준비하면서 전공학과 선택을 놓고 부모와 자녀의 실랑이가 한창 벌어질 때이기도 하다.의사나 변호사만을 최고로 아는 부모 세대와 달리 요즘 청소년들은 참으로 다양한 꿈을 키우며 자라고 있다. 예전보다 전문직 분야의 의미도 훨씬 광범위해졌고 시대에 따라 인기 직종도 변하고 있지만 부모들은 이같은 흐름에 둔감한 편이다.

애니메이션 아티스트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부모에게 말했다가 좌절감만 느꼈다는 어느 여학생의 사례는 이를 대변해 준다. 부모는 “왜 굳이 만화쟁이가 되려고 하느냐?”며 땅이 꺼지는 한숨에 눈물까지 보이며 딸아이 달래기에 바빴다. 요즘 애니메이션 분야가 뜨고 있고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이라는 딸아이의 설득도 부모의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던 것.
세계적으로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유태인 부모와 한국인 부모들은 근본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유태인 부모는 자녀가 어릴 때부터 스스로 자신의 재능을 발굴하고 계발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반면, 한국인들은 자녀의 미래를 부모의 뜻대로 미리 결정해 놓고 그 목표에 자녀를 맞춰 교육해 나간다. 유태인의 피를 이어받은 영화계의 대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나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의 부모도 어린 시절 혼자 공상하기 좋아하고 학교 결석을 밥 먹듯이 하던 왕따 아들을 나무라기보다는 그들의 재능을 일찌감치 예감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소수 인구에도 불구하고 유태인들이 오늘날 전 세계 각 분야에서 실권을 쥐고 있는 것도 이같은 자녀교육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자녀의 성공으로 부모의 체면 유지나 사회적 지위 업그레이드 또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보상받고 싶어 하는 태도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녀의 가능성을 짓밟는 것과 다름없다. 자녀가 원하는 일,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빨리 파악해 그 분야 최고의 인물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부모의 역할이다. 그 일이 무엇이든 “네 꿈을 펼쳐 보거라!”하며 자녀의 판단을 믿어준다면 자녀들은 부모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더욱 책임감 있게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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