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3의 종교개혁

2005-10-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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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철(롱아일랜드)

10월 31일은 488번째 맞는 종교개혁 기념일이다. 세계의 모든 개신교에 있어서 이 날은 매우 뜻깊은 날로 여러가지 기념행사를 가져 왔었다.
종교개혁일을 기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그 당시의 주인공인 마틴 루터를 추모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교회 안에 어찌하여 혁명이 일어나야 했는지를 되새기면서 오늘날의 교회에도 혁명이 필요한지의 여부를 냉철히 비판하여 만일 혁명의 여지가 있다면 가차없이 교회 갱신을 단행하는 데에 종교개혁일을 기념하는 의의가 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루터가 종교개혁을 단행한 것이 기독교 역사상 첫번째 교회 개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교회 개혁의 첫번째는 예수가 예루살렘 교회에 채찍을 들고 들어가 온갖 부정과 부패를 뒤엎어 교회 정화운동을 일으킨 일이다.그 당시 교회의 지도급 인물인 제사장들이 교권과 함께 정치권까지 장악하고는 재정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온갖 부정행위를 일삼았던 것이다. 그래서 교회 안에 환전상들과 양과 염소와 비둘기를 파는 장사꾼들이 득실거리며 판을 쳤던 것이다. 그런 행위가 얼마나 큰 죄악임을 뻔히 알면서도 힘없는 백성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꾹 참고 죽어 지냈으나 예수는 그것이 교회의 참모습이 아님을 간파하고 채찍을 휘둘러 교회 정화작업을 단행하였던 것이다.


그런 후 1517년에 루터가 두번째의 교회 개혁의 기치를 들었으며 그 때도 역시 교권주의자들이 재정 확보를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니 그 대표적인 것이 ‘면죄부(Indulgence)’를 만들어 판매한 일이다. 심지어는 죽은 자를 위하여 헌금을 할 것 같으면 연옥에서 신음하던 영혼이 즉시 천국으로 옮겨간다고 선동하여 많은 금전을 거둬들였던 것이다. 교회가 이 지경이 되었으니 마땅히 혁명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이제 세번째 혁명은 우리의 몫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교회는 정상적인 교회인가? 돌이켜 생각해 보건대 내가 처음 미국에 이민왔을 때가 생각난다. 서울에서 10여년간 목회를 하다가 이민왔는데 그 때 이웃 교회에서 목회를 하던 P라는 선배 목사가(우리 교단의 총회장도 지냈고, 교파를 초월하여 존경받던 분으로 작년에 작고함) 헤어지게 되어 섭섭하다며 어느날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자리에서 후배인 나에게 권고의 말을 해주었던 일이 지금도 생각난다.

P목사의 말인즉, “내가 총회장 때 미국에 가서 이민교회를 둘러보니 한마디로 개판입디다. 그러니 이목사는 미국에 가더라도 그곳 풍토에 동화되지 말고 고국에서 하던대로 목회의 정도를 걸어가기 바랍니다”라는 권면의 말이었다. 그 후 내가 미국에 와서 내 나름대로 이민교회들을 들러보고 나서 그 선배 목사에게 편지하기를 “목사님이 대부분의 이민교회가 개판이라 말씀하셨는데 왜 이민교회가 개판인지 그 이유는 목회하는 목사들이 개판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라는 편지를 했었다.
어찌 보면 좀 지나친 비판인 것 같지만 아무리 초창기 이민 목회가 어려웠다 할지라도 세례도
받지 아니한 사람들을 단지 의사다 변호사다, 대학교수다 해서 영어 마디나 구사하고 돈냥이나
있다는 이유 때문에 목사가 일방적으로 그들을 장로로 추대하여 교회를 운영했으니 법을 무시
한 개판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는 이민교회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교회들이 황금만능주의로 치우쳐 있음을 볼 때 혁명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바이다.
새 교인이 생기면 우선 신상 파악부터 하고나서 사회적인 지위와 재산 정도를 따져 ‘저 교인
은 얼마짜리 교인’이라는 가격을 매겨서 차별대우를 한다면 이것이 정상적인 교회이겠는가?
가난한 어느 노부부가 새로 등록을 하여 몇달 동안 교회에 잘 다니던 중 한 노인이 병들어 수술을 받느라 여러날 입원해 있었으나 담임목사를 비롯하여 어느 장로나, 심지어는 담당 구역장까지도 문병은 커녕 전화 한통도 없어 노부부가 상심이 되었다면 이제 그 노부부가 가야 할 교회는 어디란 말인가?어느 교인의 말이 “교회도 돈이 많아야 다니겠더라”고 하기에 처음에는 그런 왜곡된 생각일랑 하지 말라고 타일렀는데 지금 와 생각해 보니 그 교인이 현대 교회를 정확히 보았다고 인정하게 된다.미국 속담에 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돈이 행세를 한다”는 뜻이다. 인간생활에 있어 돈이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임에는 틀림 없다. 그러나 그같은 속담을 만들어낸 미국
인들도 한편으로는 “Money is not everything”이라는 말을 하며, 그들이 사용하는 모든 종류의 화폐에 빠짐없이 새겨넣은 글귀가 있으니 라는 글이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교훈의 말이라고 본다.

교회 안에서 장로, 권사가 되려면 적어도 몇천달러 정도의 헌금은 해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으니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차제에 모든 교회들은 냉정하게 자기비판을 하여서 조용하게 혁명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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