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멸의 이순신’을 보고

2005-10-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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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재옥(의사)

이순신을 넬슨에 비유함은 다 아는 사실이다. 1805년 10월 21일 넬슨은 불란서 스페인 연합 무적함대와 대전을 치룬다. 치열한 전쟁 끝에 오른쪽 눈이 실명되고 오른팔이 잘려 나갔는데도 진두지휘하다 마저 남은 왼쪽 어깨, 가슴에 치명적인 흉탄으로 인해 최후를 맞이한다. “내가
죽었다고 말하지 말라” 마지막 유언이었다. 이순신, 제갈공명도 같은 말을 남겼다.

넬슨의 승리는 세계의 역사와 지구의 판도를 바꿔놓았을 뿐 아니라 미국이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영토를 확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오늘은 이순신과 나폴레옹의 비슷한 점도 들어보자. 코르시카, 이름 없는 섬마을 촌놈이 불란서 육사를 우등으로 졸업한다. 돈도 빽도 없는 왜소했던 나폴레옹은 별로 인기가 없었던 포병장교로 배속된다. 당시 선망의 대상이었던 보병장고들은 사교계에서 춤과 파티를 즐기는 동안 그는 도서관 한 구석에서 책과 씨름을 하며 각고의 노력을 한다. 전쟁터에서 그가 쏘는 폭탄은 백발백중, 드디어 유럽을 거의 정복하고야 만다.

문과 장원이 역모에 연루되어 무산으로 돌아간 이순신, 좌절하지 않고 다시 무과 장원에 도전한다. 임진왜란 해전에서 그가 퍼부은 포탄은 포물선을 그리며 당시 최강의 일본함대에 명중, 불바다를 만들고 대승을 거둔다.수학, 과학이 소홀했던 그 당시 이순신은 문무를 겸비했던 天中天(천재 중의 천재)이었다.또 한마디만 더 하자. 이름 없이 배 밑창에서 우직스럽게 오직 명령에 승복하여 숨져간 남도의 수병들, 꽃다운 젊은 넋들도 기억하자. 그들은 다도해 섬 근처의 암초, 물살, 지리를 낱낱이 꿰뚫고 있었던 당대의 위대한 항해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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