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권익신장의 지름길

2005-10-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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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1부 차장)

매년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면 한국과 미국 신문의 가장 큰 차이점을 느낄 수 있다. 뉴욕 타임스에서부터 플러싱 타임스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거의 모든 신문들은 선거철 때마다 특정 후보를 공식 지지(Endorsement)하는 사설을 게재한다. 신문사들은 언론사 입장에서 보는 각 타운이나 도시, 주, 또는 국가의 가장 적합한 대표를 당당하게 지지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지면을 더 많이 할애하거나 취재 기사의 방향이 결코 편파적이지는 않다. 그만큼 공정한 보도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 신문은 전통적으로 공식적인 정계 후보 지지를 하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한인사회와 유대인 사회를 한번 비교해보자. 매년 선거철이 되면 유대인 사회, 특히 전통 유대인 사회에서는 랍비의 결정에 귀를 기울인다.

랍비는 유대인 사회에서 볼 때 어떤 후보가 가장 적합한 지를 신중하게 고려한 뒤 후보 지지를 발표하고 대부분의 유대인 유권자들은 랍비의 결정에 따른다. 이것이 바로 미 정치인들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유대인 ‘몰표’(Block Voting)의 힘인 것이다.지난 수년간 여러 단체들과 언론의 홍보로 뉴욕과 뉴저지 한인사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유권자 수를 확보하게 됐다. 뉴저지 에디슨 타운십에서는 한인이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만큼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훨씬 더 많은 유권자 배출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서서히 한 단계 더 발전한 정치력 신장을 꾀해야 된다. 그것은 바로 한인사회에 적합한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그를 당선시킨 뒤 그가 우리에게 약속한 공약을 실행에 옮기도록 만드는 것이다.같은 한인이라고 무조건 지지를 해주는 차원이 아니라 각 후보가 내놓은 ‘이슈’에 눈을 뜨고 우리에게 유리한 공약을 제시한 후보에게 코리안-아메리칸이라는 ‘그룹’의 표를 밀어주자는 말이다. 한표 한표가 아닌 수백, 수천표를 들고 정치인들에게 큰소리칠 수 있을 때 코리안 아메리칸들의 권익신장이야말로 지금의 몇 배 이상으로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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