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정의 의미

2005-10-2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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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길(수필가)

우리들의 주위에 너무 흔한 것은 그 소중함을 가끔씩 잊고 살 때가 많다. 가정도 우리 가까이 있으며 그 귀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살 때가 많다.
가정은 사랑의 시작이며 배우는 곳이다. 부부가 서로 아끼고 자식을 사랑하며 부모를 공경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가족이 모여 사는 곳이 가정이다. 우람한 성과 같은 집이나 물질적 풍요로움이 가정의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넓은 집에서 제각기 방을 가지고 일어나고 식사하는
시간이 서로 달라 일주일 내내 얼굴을 대하고 이야기 할 시간도 없다면 그 관계도 서먹해질 것이다.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다니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부모가 모른다면 사랑의 임무를 게을리한 것이다. 또 자식들이 부모가 어떤 어려움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다면 부모의 말씀을 다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가족은 매일 얼굴을 보고 대화와 접촉으로 사랑과 관심을 확인하며 살아야 한다.가정은 서로 협조하며 사는 곳이다.아내가 혼자서 청소하고 빨래하며 바쁘게 집안일을 할 때 남편이 기꺼운 마음으로 아내의 어깨를 가볍게 해 준다면 아내는 더 많은 배려로 남편에게 고마워 할 것이고, 결국은 다 함께 행복해지는 길일 것이다.


가장인 남편이 실직하거나 사업에 실패하여 경제적 어려움이 왔을 때 가정의 위기가 온다. 이 때 아내가 분연히 일어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해 간다면 남편은 늘 아내에게 빚진 마음으로 살아갈 것이다.부모가 땀 흘려 일하는데 자식이 안일과 놀이에만 빠져있을 수 없다. 아이들이 숙제이건 인생문제이건 어려움에 끙끙대는데 부모가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가족이 서로 돕고 산다는 것은 다음에 사회에 나가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정은 사회의 세포이다. 세포가 건강해야 사회나 국가도 건전해질 것이다. 가정의 평화와 신성함을 위협하는 집단이나 권력은 존립하지 못한다. 강제로 가정을 파괴하고 가족을 헤어지게 했던 ‘나치’와 ‘공산주의’의 쇠락은 당연한 역사의 귀결일지도 모른다.가정은 안식처이다. 우리는 아침에 날개를 펴고 학교로, 일터로 나간다. 힘든 일에 시달리고 사람관계에 부대끼어 피곤해진 몸과 마음으로 돌아왔을 때 행복한 가정은 우리를 포근히 감싸 주고 내일의 생활을 위한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게 할 것이다.

가정은 용서와 인내를 배우는 곳이다. 부부는 늘 다정할 수만 없다. 생각과 취향이 달라 사소한 말다툼이 심각한 불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서로의 허물은 조금씩 눈감아 주고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는 아량을 가지면 부부의 사소한 다툼은 더욱 끈끈한 정의 표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부모는 아이들에게 화가 나는 일도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인내는 한 발 물러사 여유있는 마음을 가지게 할 것이다. 그 여유있는 마음은 아이의 다른 좋은 점을 볼 수 있을 것이다.가정은 사랑의 안식처요, 서로 도우며 사는 작은 공동체이며 하느님이 주신 신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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