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대들의 정체성을 알고 싶다

2005-10-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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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오(우드사이드)

지금 대한민국은 만신창이요, 목불인견에 점입참담이다.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빌미로 조국의 공산화를 위해 음양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얼빠진 궤변가 강정구 교수의 구속을 놓고 여야의 주장이 천야만야(千耶萬耶)하다. 한나라당은 구속론을, 여당에서는 신중론을 펴며 티격태격하는 사이 천정배 법무부장관은 검찰에 불구속 수사를 지시하였다고 한다. 평소 국보법 폐지를 주장해온 그는 강정구 교수의 불구속 수사를 지시함으로써 스스로 좌경주의자임을 만천하에 공개한 셈이다.

천정배, 그는 누구인가? 일제 부역자의 가족력 때문에 당의장 자리에서 중도 하차한 여당의 중진이자 법무부장관이다. 그의 불구속 수사 지시는 행정부의 의견을 대변한 것이요, 입법부 내의 여당의 사상을 표출한 것이다.
장영달, 그는 누구인가? 16대 국회에서 국방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당의장 계승 순위 1번이기도 하며 지난번 맥아더 동상 철거를 기도하며 날뛰던 불순분자들을 비호했던 현 여당의 중진이다.현 당의장 문희상, 그는 강정구의 구속에 대해 “막연한 생각에 대한 사법처리는 신중해야 한
다”며 역시 불구속 원칙을 지지했다.여당 중진들의 사상이 이러할진대 여타 의원들의 사상은 불문가지다. 그래서 여당의 정체성을
알고 싶은 것이다.


청와대는 어떤가? 비서실장 이병환은 “강정구의 발언은 학문과 사상의 자유에 속한다”며 “일본 식민지 지배가 축복이라고 하는 특이현상이 있었는데 같은 현상에서 우리 사회가 수용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며 그를 비호했다. 체제를 비판하고 매도하는 의미가 담긴 내용인데도 큰 문제가 없다니! 대통령은 또 어떤가? 그의 뇌리에는 대연정과 정권 재창출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모양이다. 공산화에 대한 우려에는 철저한 삼불정책(듣지 않고, 보지 않고, 말하지 않고)을 쓰고 있다. 청와대의 기왓장을 빨간색으로 바꾸고 이름도 ‘청와대’에서 ‘홍와대’로 바꿔야 할 모양이다.

역시 청와대의 정체성을 알고 싶다. 열우당의 이중대인 민노당은 어떤가? 솔직히 말해 당명에서부터 붉은색이 엿보인다. 민노당은 노동자 농민을 위한 당이라 했다. 이북의 ‘조선노동당’과 무엇이 다른가? 큰 틀에서 볼 때 그게 그거다. 무산계급을 위한 당이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공산국가인 이북에서도 ‘민주’라는 단어를 보란듯이 쓰고 있다. 그들은 국호를 ‘조선공산주의 인민공화국’이라고 하지 않고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고 한다. 민노당의 ‘민주’는 무슨 뜻일까?

이외에도 민노당의 붉은색은 도처에서 엿볼 수 있다. 김혜경 민노당 대표를 비롯한 방북단의 평양 행보에서도 볼 수 있었다. 신미리 애국열사릉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무엇이라고 적었는가? “당신들의 ‘애국의 마음’을 길이길이 새기겠노라”고? 저들의 애국은 ‘조선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을 위한 애국이지 대한민국을 위한 애국은 아니지 않는가.
또 있다. 맥아더 동상도 철거해야 된다고? 강정구 불구속 수사를 지지한다고? 그러니 열우당 이중대 소리를 안 들을 수 없고 친북 좌경주의자 집단이라는 지탄을 피할 수 없고 그러자니 자연히 민노당의 정체성이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국보법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는데도 이러할진대 만약 국보법이 폐기된다면...차제에 정부(청와대) 및 열우당, 그리고 민노당은 정체를 밝히라. 그리고 너무 설치지 말라. 자고로 <화무십일홍(花無拾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拾年)>이라 했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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