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조류독감 파동

2005-10-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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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주필)

세계는 지금 조류독감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 태국과 베트남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은 유럽쪽으로 번져 터키와 루마니아에서 발견된데 이어 러시아 내륙과 중국의 내몽고 자치주, 신장성 위그루 자치주, 티베트로 삽시간에 확산되고 있다. 또 마케도니아와 그리스에서도 조류독감이 발견되자 유럽연합은 긴급 외무장관 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 조류독감의 바이러스는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는 변동 바이러스로 밝혀져 각국 정부는 물론 세계보건기구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는 조류독감은 철새들이 남하하는 계절과 함께 지구의 남반구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게 되면 아프리카와 남미, 호주 및 뉴질랜드까지 조류독감 파동에 휘말리는 지구촌 전체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캐나다의 한 연구소는 조류독감이 전세계적으로 유행할 경우 1억8,000만 내지 3억6,000만명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인간의 질병 가운데 전염병은 빠른 속도로 전파되기 때문에 단시일에 많은 희생자를 내게 된다. 역사상 가장 가공할만한 전염병은 14세기 유럽 대륙을 휩쓴 페스트였다. 일명 흑사병이라고 하는 이 전염병은 1347년 크리미아 반도에서 발생하여 흑해와 에게해, 이오니아해를 거쳐 이태리 남부로 전파됐다. 당시는 선박을 이용한 지중해 무역이 활발했으므로 페스트 균에 감염된 쥐가 무역선을 타고 유럽으로 병을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듬해인 1348년 페스트는 이태리를 거쳐 프랑스, 독일, 북구쪽으로 번져 나갔다. 3년 이상 극성을 부린 이 페스트로 인해 당시 유럽 인구의 4분의 1인 2,500만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의학과 약학이 발달하여 700년 전과 같은 비참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염병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능력이 커지게 되면서 이상하게도 사람의 능력으로 제압하기 어려운 변종 바이러스가 새로운 질병을 일으키고 있다.그 대표적인 것이 에이즈이다. 에이즈는 아프리카 원숭이가 보균하고 있던 바이러스의 변종에 의해 인간에 발병했다고 한다. 1981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발병 사례가 보고된 후 10년 동안 전세계에 4,000만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그 후 에이즈 환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며 미국에만 현재까지 에이즈 환자가 100만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한 가지가 2002년 중국의 광동성에서 발생한 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 즉 사스이다. 이 전염병은 이듬해 중국 각지와 홍콩, 타이완, 캐나다 등 32개국으로 번져 8만4,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700여명이 사망했다. 사스가 아시아 지역을 휩쓸고 있을 때 중국에서는 결혼식에 참석한 신랑 신부와 하객들이 모두 하얀 마스크를 쓴 모습이 전세계에 TV방영되었고 각국에서 감기 증상이 있는 장관이 각료회의에도 참석하지 않는 등 세계는 사스 공포에 떨었다. 얼마 전 영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도 세계 도처에서 쇠고기를 기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번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전염된 경우는 베트남에서 의심스런 사례가 발견되었을 뿐, 아직 확실한 케이스가 없다. 그러나 만약 사람에게 전염될 경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전염되기 때문에 확산 속도가 매우 빨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각국 정부는 치료제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이다.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도 없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조류독감에 걸린 가금류라 하더라도 완전히 끓여 먹으면 안전하고 사람을 통한 전염은 일반 독감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건강한 생활로 평소의 면역력을 높이고 환자와 접촉을 피하고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출에서 돌아오면 반드시 비누물이나 알콜로 손을 씻으라고 권고한다. 그런데 일반독감에 걸린 상태에서는 이 조류독감에 걸리기 쉽고 일반독감과 조류독감이 한꺼번에 걸리면 치명적이라고 한다. 이제 독감 시즌도 되었으니 조류독감이 유행하지 않더라도 미리 예방주사를 맞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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