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고진성의 부동산 칼럼/ 주택시장에 대한 앨런 그린스펀의 메세지

2005-10-01 (토)
크게 작게
일찍이 주택시장의 침체시 야기될 수 있는 ‘위기’ 가능성에 대하여 경고하였던 연방은행(Federal Reserve) 총재인 알렌 그린스핀은 지난 월요일(9/26/2005) 주택시장에 대하여 또다시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하였습니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Interest-only나 페이옵션 모기지와 같은 신종 모기지들이 일정기간동안 월상환부담을 줄이거나 원금상환을 유예시켜 주지만 주택시장이 침체될 경우 주택소유자나 금융기관들 모두 심각한 손실을 감수토록 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이 같은 유형의 모기지들이 폭넓게 이용되는 시장상황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였습니다.

즉 이와 같은 유형의 모기지들은 초기에 낮은 상환금액을 부담토록 하여 실제적으로는 감당키 어려운 고가(高價)의 주택을 매입하도록 조장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주택시장을 투기화시켜 더욱 주택가격의 상승을 유발시키는, 주택버블의 주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일부지역의 경우 주택가격은 더이상 지탱할 수 없는 정도까지 치솟았기 때문에 주택시장은 불가피하게 가격 조정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것이 그린스핀의 입장입니다. 이와 같은 그린스핀의 입장표명중 흥미로운 대목은 “주택가격의 폭등으로 인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주택소유자들의 경우 설령 주택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이를 견딜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
다”라는 부분입니다.

이는 주택가격이 하락되거나 모기지 금리가 인상될 경우 리스크가 높은 모기지의 연체가능성이 더욱 증대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지속적인 주택가격의 상승에 따라 일부 신종 모기지를 얻은 주택소유자들의 경우 커다란 위협을 느끼지 않은 안정권(Safe Zone)내에 있다는 뜻입니다.
대부분의 주택소유자들의 경우 주택가치의 90%미만에 해당하는 모기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연방은행의 추정이 그린스핀의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이는 또한 주택버블에 관련한 일반인들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음에 따라 이러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의도적인 발언일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낮은 모기지 금리로 말미암아 주택가격이 상승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리파이낸스 (재융자)와 홈에퀴티 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그린스펀에 따르면 리파이낸스와 홈에퀴티대출을 통하여 생겨난 자금의 1/2이상이 개인소비나 신용카드의 부채상환에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개인저축률은 7월 현재 가용소득의 -0.6%까지 급속하게 하락되었습니다. 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소비’를 위하여 홈에퀴티대출을 얻고 있으며 주택장만을 위해 열심히 저축하기 보다는 100%융자와 같은 모기지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보다 손쉽게 주택을 장만하려 한다는 것을 반증해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그린스핀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즉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일반모기지(예: 30년 고정)를 감당할 수 없다면 주택장만을 늦추라는 것입니다.

내년 1월 은퇴예정인 그린스펀에게 주어진 최대의 과제는 자신이 펼친 저금리정책으로 인하여
주택버블이 야기되었고 이에 따라 경제에 대한 위협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주택가격이 하락할지라도 대부분의 주택소유자들은 이를 적절하게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그린스핀의 언급은 주택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면 일부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향후에도 계속하여 금리를 인상시킬 것이라는 연방은행의 입장임을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는 또한 주택시장이 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의 침체가 즉각적으로 경제성장을 저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이 깔려 있음을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주택시장에 대하여 앨런 그린스펀이 던지는 메시지는 첫째 앞으로도 금리를 계속 인상하겠다는 것이며 둘째 주택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을 위기로 몰아넣는 모기지상품을 취급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향후 주택시장이 일련의 가격조정기를 거쳐 안정될 때까지 연방
은행은 주택시장자체를 계속 경제의 위협요소로 간주할 것이며 이에 따른 긴축적인 재정정책을
당분간 펼쳐 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처럼 여러가지 이유로 주택가격은 현재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마치 낮은 이자율이 현
재의 주택가격 수준을 지탱토록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향후에도 주택가격이 이전처럼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커다란 오산일 것입니다. 버블이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지만 커
지는 것은 ‘잠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주택가격의 하락을 대비하여 취할 수 있는 조치로써 우선적으로 이자율을 고정시키시기
바랍니다. 만일 변동금리 모기지를 가지고 계신다면 지금이 재융자를 통하여 금리를 고정시켜
장기적인 보호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적기입니다. 설령 당장은 상환액이 다소 늘어나더라도 향
후 이자율의 급격한 인상에 다른 과중한 상환부담으로 부터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만일 자녀들이 모두 집을 떠난 경우 조금 작은 집으로 축소하여 이사를 간다면 이에 따라
기존주택에 내재된 자산(Equity)를 현금화할 수 있으며 동시에 부동산세나 기타 주택비용을 현
저하게 절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택을 담보로 과다한 부채를 얻는 것은 삼가해야 합니다. 즉 주
택이 마치 현금지급기(ATM)처럼 생각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충당하기 위하여 홈에퀴티 대출을
오용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소위 “부의 효과(Wealth Effect)”라고 하는 심리적
인 요인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가치(Value)의 변동이 심한 자산을 가지고 있을 경우 그렇
지 않을 경우보다 지출이 훨씬 높은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앨런 그린스펀의 메시지를 경청해야할 때입니다. 내가 서있는 위치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이를 위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한번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