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늘의 왕국’★★★½(5개 만점)

2005-05-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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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왕국’★★★½(5개 만점)

밸리안이 회교도 군대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Kingdom of Heaven)

스크린 꽉채운 전쟁신 압권

대형 화면이 비좁을 정도로 압도적인 스펙터클과 사실적이요 폭력적인 전투 액션장면 등 볼 것 많고 잘 만든 십자군 전쟁 역사극이다. 그러나 액션과 외형적 장관에 비해 이야기가 너무 단순하고(믿어지지 않는 부분도 적지 않다) 드러매틱한 성질이 매우 부족하다.
이 영화의 감독 리들리 스캇이 만든 액션이 드라마보다 우월한 ‘블랙 호크 격추되다’를 연상케 하는데 같은 역사 액션물인 스캇 감독의 ‘검투사’의 재미에 이르지 못한다. 이 영화가 또 크게 어필하지 못하는 중요한 까닭 중 하나는 주인공 기사역의 올랜도 블룸의 카리스마가 부족한 모습과 맹물 연기. 영화를 혼자서 지고있다시피 한 그는 주변의 A급 조연배우들의 위엄에 밀려 마치 어른들 사이에서 우물쭈물하는 아기 같다.
12세기 말 기독교도들이 1세기간 예루살렘을 지배하고 있던 당시. 아기를 잃고 자살한 아내 때문에 비탄에 잠긴 프랑스 시골의 젊은 대장장이 밸리안(블룸) 앞에 예루살렘에서 돌아온 귀족기사 가드프리(리암 니슨)가 나타나 자기가 밸리안의 아버지라고 말한다. 뒤늦게 해후한 부자는 함께 예루살렘으로 떠나는데 도중에 가드프리는 밸리안에게 검술을 가르쳐주면서 부자지간의 정을 일군다. 여기서 영화의 첫 액션 기습장면이 연출되는데 끔찍할 만큼 잔인하고 폭력적이다.
이 싸움서 부상을 입은 가드프리는 예루살렘 왕국의 자기 영토에서 사망하기 직접 밸리안에게 작위를 물려주고 훌륭한 기사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라는 유언을 남긴다. 당시 예루살렘은 기독교들이 1세기간 지배해 오면서 기독교도와 회교도들이 평화공존을 하고 있던 때. 완벽치는 못하나 이런 평화공존은 나병으로 얼굴에 은가면을 쓴 볼드윈 왕(에드워드 노턴의 음성 연기)과 그의 자문관인 역전 노장 타이베리어스(제레미 아이언스)의 현명한 통치술에 기인한 것.
그러나 이런 기독교와 회교의 평화공존은 왕의 고혹적인 여동생 시빌(에바 그린)의 남편으로 피와 권력욕에 굶주린 기(마턴 소카스)와 그의 동료 레이놀드(브렌단 글리슨)로 인해 무너진다. 볼드윈 사망 뒤 왕이 된 기가 “내게 전쟁을 다오”라고 외치자(부시가 생각난다) 그를 위해 레이놀드가 사라센 지도자 살라딘(가산 마수드)의 여동생을 살해하면서 수십만명의 살라딘 군대가 예루살렘을 공격한다.
이런 액션 속에 밸리안과 시빌라의 로맨스가 꽃피나 그 처리나 두 사람간의 화학작용이 모두 약하다. 기의 군대가 전멸 당한 뒤 백성들을 이끌고 예루살렘을 혼자 지키는 밸리안의 용맹이 수퍼맨적인데 그는 나중에 모세 노릇도 한다(살라딘의 예루살렘 공격은 가공할 만큼 격렬하다). 스캇 감독은 종교를 전쟁수단으로 삼는 기독교 광신자들을 비판하면서 회교도들을 매우 온건하게 묘사했다. R. Fox.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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