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시냐? 케리냐?

2004-10-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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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전 언론인)

11월 2일은 제 44대 미국대통령 선거일이다. 우리 재미동포들은 앞으로 4년간 이 나라를 이끌어 나아갈 새 지도자를 뽑는 영예로운 이 주권행사에 빠짐없이 참가하여 우리의 정치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공화당의 현직 대통령 부시에게 표를 던질 것인가? 민주당의 도전자 케리 상원의원을 새 대통령으로 뽑을 것인가? 결과에 따라서는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온 인류의 앞날, 특히 우리의 떠나온 모국땅 한반도의 운명에도 엄청난 영향과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이번 선거를 우리는 그 어느 때 보다 더 깊은 관심과 성찰을 통해 옳은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세 차례의 TV토론, 양당의 치열한 캠페인, 거의 매일 뒤바뀌는 여론의 추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고 있어 이런 때 결집된 우리 표의 향방은 비록 적은 수이기는 하나 결과를 좌우하는 열쇠 역할을 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4년간 우리가 보고 겪은 부시행정부의 굵은 정책 줄기들은 감세조치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경제 뿐 아니라 나라의 정치 전반에 걸쳐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이른바 레이거노믹스를 이어가는 것으로 교육과 문화, 보건, 그밖에 사회발전을 위한 국가정책에 나라돈을 쓰는 것에 반대한다.

소외계층에 대한 각종 사회복지정책들에도 인색하다. 그런가하면 새로 제정된 이민법의 내용들이 보여주듯이 이민자, 소수그룹에 대한 백인 주류세
력들의 적대적 정서에 영합하고 있다.

부시가 재선되어 공화당 정권이 계속된다면 미국내 마이너리티 그룹에 결코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며 우리에게 불리한 각종 반이민 정책과 행정조치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9.11 테러를 당한 후 부시정부의 대 테러 안보정책도 과녁을 벗어나 막대한 전비만 물쓰듯 하며 표류하고 있는 것 같다. 테러의 책임 원흉을 추적, 응징하고 그치지 않는 대미 테러의 근본원인을 찾아 발본대책을 세우는 대신 엉뚱하게도 이라크전쟁을 일으켜 전세계의 인심을 잃고 수천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탕진하면서 사상 최대의 재정적자를 불러오는가 하면 날마다 귀중한 우리 젊은이들의 피를 흘리게 하고 있다.

단 하루도 조용한 날 없이 저항세력들의 반격은 도를 더해가고만 있고 피, 아 쌍방의 희생자 수는 날로 늘어만 가며 그러면서도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주변 이슬람 세계를 모두 적으로 돌리는 끝없는 수렁에 빠져들지도 모를 제 2의 베트남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더우기 미국, 한국, 영국의 죄없는 민간인들이 납치되어 목이 잘리우는 참극을 보는 세계 사람들은 저들 국별 저항세력의 만행에 치를 떨면서도 이런 비극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부시정부 또한 비난하고 있다.


명분을 찾아 명예로운 종전의 단안을 내리고 국가이익도 취하는 현명한 외교, 안보정책이 요청되고 있다. 잘못 저지른 전쟁을 끝내고 전후 처리의 난제들을 현명하게 다뤄나갈 안목과 지도력을 부시에게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끝으로 대 한반도 정책을 본다.부시는 북한정권을 입맛에 안 맞는 다른 3개 나라와 함께 ‘악의 축’이라 규정하고 이들을 깡패 국가로 부르며 이 지구상에서 없애버리려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부시정권 내부 지도층의 이념적 바탕인 신 보수주의는 편협한 미국 남부 복음주의 기독교 사상으로 세계를 흑과 백 2분법으로 나눠 미국의 가치에 반대되는 그 어떤 세력도 모두 척결되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아주 위험한 세계관이다.

따라서 부시정권의 외교정책도 미국의 가치를 일방적으로 밀어부쳐야 한다는 패권주의적 입장으로 정치 도덕적으로 취약하다. 이런 부시정권의 대북한 강경정책은 민족 화해,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한국의 현 정권의 정책과도 모순되어 갈등하고 있다.

부시의 일관된 대북 붕괴추진정책과 이에 핵무장으로 맞서고 있는 김정일 정권과의 대립은 부시의 선제공격 위협으로 자칫 한반도에 핵전쟁의 참화를 몰고 올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한편 케리는 어떤 인물인가? 우리는 그를 잘 모른다. 하지만 TV토론과 정치 캠페인에서 드러난 그의 정견들은 잘못나가고 있는 부시정책의 대체안으로서 유권자들의 관심과 기대를 모으게 하기에 충분하다.

부시와는 달리 그는 젊은시절 해군장교로서 월남전에 참전하여 국민의 의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였고 전투중 몸소 겪은 전쟁의 참상을 제대후 반전운동으로 승화시켜 활동한 사려 깊고 성실한 인물이기도 하다.그는 무엇보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부시정권의 6자 회담은 상대방의 무조건 항복 요구나 진배없는 강경입장, 공허한 말의 성찬 속에 세월만 축내며 다른 한편으로는 반북 봉쇄정책으로 붕괴를 꾀하는 양면 전략을 추구하고 있으니 상호 불신 속에 결과가 나올 리 만무하다.

이에 대해 케리는 미·북 양자가 마주앉아 상대에게 줄 것(북한의 체제 보장)은 주면서 핵무장의 포기를 요구하며 배반할 경우 선제공격도 불사한다는 강공책인듯 하면서 지극히 현실적이고 납득할만한 방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꼬여만 가고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북한 핵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열쇠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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