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할리웃 보올 공연을 보며

2004-10-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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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혜(취재2부 부장대우)

말로만 들었던 LA ‘할리웃 보올’을 최근 관람하는 기회를 가졌다. 할리웃(Hollywood)이란 글자가 있는 산 앞쪽에 위치한 1만8,000여석을 갖춘 세계 최대 야외 음악당인 할리웃 보올은 LA 필하모닉의 여름 시즌 연주홀이자 루치아노 파바로티 등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서는 꿈의 무대답게 매우 아름답고 엄청난 규모의 홀이었다.

움직이는 중앙 무대와 그 양쪽에 설치된 2개의 대형화면, 무대 아래 VIP석에서부터 언덕 꼭대기까지 자리 잡은 객석을 바라보노라니 엄청난 규모에 압도되는 기분이었다. 지난 토요일 이곳에서 한국의 최정상 연예인들이 펼치는 환상의 무대 ‘할리웃 보올 한인 음악대축제’가 열렸다.


한국일보 미주본사와 MBC 공동 주최로 열린 이 음악회에는 소녀들은 물론이고 아줌마들도 열광하는 비를 비롯 신화, 김종환, 김종국, 세븐, 렉시, 휘성 등 요즘 최고 인기를 누리는 가수들이 출연했다.

당연히 LA 한인타운은 공연전부터 하루 종일 들썩거렸고 표가 일찌감치 매진돼 표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6시 공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진입로에는 차량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할리웃 보올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주변 경관도 좋았지만 공연 전 와인을 곁들인 저녁을 먹으며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쌀쌀한 뉴욕의 가을 날씨와는 달리 선선한 가을 날씨는 야외 공연을 즐기기에는 더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공연장 밖 피크닉 에어리를 비롯 공연장 안 곳곳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한인들이 많았고 공연장 안에도 미리 자리를 잡은 가족단위 관객들이 좌석에 설치된 테이블 앞에서 와인과 저녁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세계적인 문화의 도시라는 뉴욕에서 볼 수 없는 광경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공연이 시작될 무렵 객석 꼭대기까지 사람들로 가득 찬 듯한 공연장은 가수들이 나올 때마다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노래하는 도중 겉옷을 벗어 던져 안에 가죽 자켓만 걸친 상체를 드러낸 비의 모습에 소리치는 소녀들과 중년 여성들을 보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에게 열광하는 한인들의 모습을 보여 정말 ‘공연을 즐기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녀들에 의해 끌려 온 것이 아니라 자신들도 좋아하는 가수들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공연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서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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