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무리 힘들더라도

2004-10-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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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박(법학박사)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 살다가 나이가 들면 자연히 죽음을 맞게 된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이다.‘생노병사’라고 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부터 인간도 병들고 늙고 죽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고통은 누구나 겪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다. 단지, 누구는 병든 채 태어나고, 누구는 오래 살고, 누구는 태어나자 마자 죽는 것은 인간을 만든 창조주의 몫이요, 선택인 것이다.


종교인들은 살아생전 고통을 행복과 기쁨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믿음을 갖고 있다. 기독교이던, 불교던, 이슬람이던 저 세상을 믿고 있다.아마도 인간의 목숨이 한 번의 생으로 끝나고 또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힘들고 어려운 고통 속에서만 살아온 인생이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래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복잡하고 모순된 삶을 살다 죽는 것이 너무나 싫어서 극락이나 천국을 꿈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죽음은 바로 그 한 방편으로 생각돼 선택하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만일 죽음이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디론가 그냥 없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래도 사는 중에는 즐거운 일들이 많이 있다. 괴로운 일도 지나고 나면 즐거워지고 추억으로 기억되며 그 추억은 관대한 용서가 되며 그 잉태의 고통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깨끗이 씻어진다. 그래서 망각은 하늘이 준 제일 큰 은혜이다.

망각이 없다면 아마 사람들의 마음 속은 고통과 공포, 번민으로 견딜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쁜 것을 잊어버리지 못하는 사람은 자살을 하거나 살인도 하게 된다.살인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일이요, 자살은 자기가 자기를 죽이는 행위이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의 목숨은 신만이 다스릴 수 있는 일이다.

우리의 생명은 우리가 시작하고 싶어서 이 세상에 태어나온 것이 아니다.
살인과 자살은 공통점이 분을 못 이기거나 참지를 못해서 저지르는 잘못된 행위이다.

그런데도 최근에는 젊은이건, 노인이건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모두 괴로움을 참지 못해 하나밖에 없는 귀한 생명을 끊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부딪친 현실이 아무리 싫더라도 목숨을 끊는 일은 해서는 안된다.
또 다른 삶의 시작이라면 죽는 것과 죽이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 세상이 끝이고 괴로운 것이라면, 또 인간에게 내세에 다가오는 세계가 없다면 누구라도 어려움을 이기려고 하기 보다 쉽게 자살을 택하고 또 타인을 어렵지 않게 죽이려고 들 것이다.

스스로의 목숨을 끊고 남의 귀한 인명을 해치는 사람들을 두고 불교에서 윤회를 강조하고, 기독교에서 영생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구태여 이런 것을 들추지 않더라도 인간의 목숨은 아무리 살기가 힘든다 하더라도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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