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올바른 선택

2004-10-1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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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1부 차장)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북한의 흥남 부두. 인민군이 부두를 포위하고 전진해오는 절박한 상황에서 부두에 정박해있던 미국 상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레너드 라루 선장과 선원들은 각자 마음속으로 질문을 던졌다.
인민군의 총성이 귓가에 느껴질 만큼 가깝게 들려오는 상황에서 부두에서 배를 타려고 아우성치는 1만4,000여명을 과연 어떻게 해야될까? 일단 배를 출항해 우리의 목숨부터 건져야 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의 목숨을 걸고 1만4,000명을 배에 실어야 되는가?

당시 빅토리호의 일등선원이었던 로버트 러니씨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라루 선장을 비롯한 빅토리호 선원들은 위의 질문에 대해 너무나 당연한 답변을 스스로 내렸다. 그 답변이란 바로 ‘올바른 선택(Do the right thing)을 택하자’라는 것이었다”러니씨의 그 말 한마디에 기자의 마음이 뭉클해졌다.


‘올바른 선택’....빅토리호의 선원들은 자신들의 목숨이 위험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1만4,000명을 구하는 올바른 선택을 택한 것이다. 배를 타려고 아우성치는 북한의 피난민들이 비록 자신들의 가족이나 친구, 이웃도 아니었지만 선원들은 그 순간 인간으로서 행할 도리를 선택했다.

흔히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우리는 얘기한다. 어떤 음식을 먹을까라는 단순한 선택에서부터 인생의 배우자를 누구로 선택할 것인가라는 중대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하루에만 수십가지의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 선택에 있어 대부분 사람들의 결정 여부는 ‘나’에게 어떤 영향이 미칠 것인가에 달려 있다. 그것이 결코 ‘올바른 선택’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만약 라루 선장과 선원들이 ‘나’를 위해 1만4,000명을 버리고 출항했다면...?러니씨가 얘기한 ‘올바른 선택’이야말로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택해야될 수많은 선택을 결정지어줄 수 있는 잣대가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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