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차(茶)향 속에 피어나는 한국문화

2004-10-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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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세련(수필가, 화가)

푸르고 푸른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물감을 뿌린듯 잎새들은 단풍으로 물이 들었다. 풍경화 속으로 미끄러지듯이 팰리세이드 파크웨이를 들어섰다.
이 길은 20여년전과 변함없이 가을을 맞이하고, 딸아이 리나가 어느덧 자라 NYU 대학생이 되어 학교 내에 있는 A.C.U.(동양문화단체)의 회원이 되었다. 어느 날 이 단체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한 차 시연에 초청을 받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딸아이와 함께 한 멀티컬쳐 프로그램과 인터내셔날 데이 때 문화 행사들이 떠오른다. 한복을 입고 한국음식을 선보이고 학교와 도서실, 타운에서 한국춤을 배워서 추고 태권도를 시범하던 아이가 자라서 대학생이 된 것이다.


조지워싱턴 브릿지를 지나면서 회색 빌딩숲 맨하탄에 들어서면서 허드슨 강변은 햇살에 물결들이 금빛을 뿌려놓은 듯 반짝이다가 다시 물속으로 잠기었다가 사라지곤 하다가 강물 위에서 춤을 춘다. 금빛들이 가을 찬서리에 피어난 하얀 꽃송이들이 물결 위에 떠있는 듯 하늘거린다…..

어느덧 저만치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고 햇불을 든 모습이 아니라 차잔을 들고 있는 이미지상을 떠올리면 오늘 차 회의 뜻깊은 의미를 갖게하는 듯 하다.

거리에는 퇴근시간이기에 수많은 인파들이 오고 가며 각양각색의 인종과 언어의 물결, 메트로폴리탄 맨하탄 세계 5대 도시의 문화의 시장 본고장이 아닌가 싶다.

문화란 일상생활 속에 배어있는 세대와 세대 사이를 이어주는 유기적 관계 고리이기에 전통문화 접목 차가 꺾꽂이로 기후와 지형이 다른 이 미국땅에 전하여져 받아들이고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미국에서 이민 백주년 행사가 몇 해 사이 많이 있었지만 한민족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이 담기고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을 이민 1세들은 2세들에게 전해주어야만 지속이 되는 것이고 그들이 다민족 다문화 속에서 코리안 어메리칸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셀폰으로 리나와 약속장소에서 만나 머셔 스트릿 오래된 학교 빌딩 5층에 올라서니 중국 부엌의 설치와 중국 솥과 왁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을 사진으로 전시를 하고 몇개의 왁이 진열 되었다.

중국요리는 세계 어디를 가도 있듯이 주방기구도 왁이 없는 식당은 없는 것처럼 음식문화에는 역사의 깊이를 생활 속에서 보여 주는 것이다.학생들이 오기 시작하여 찻상을 차리고 가져온 그림과 책자를 펼치고 물을 끓이면서 동다송의 다악을 틀어서 차를 맞이하는 분위기를 방안에 흐르게 하였다.


한국다과를 준비한 학생들은 차분하게 자리에 앉기 시작하여 영어로 된 한국 전통차 마시는 법을 주어서 읽게 하고 시 한편을 나누어 주었다.30여명 넘게 자리를 잡고 그들은 이미 소호와 이스트 빌리지에 있는 찻집들의 젠 스타일 인테리어를 스타박스 커피 보다 차를 선호한다고 말하여 주는 것이다.

찹스틱으로 스시를 먹고 타일랜드 누들을 즐기며 중국 옷과, 티벳 귀걸이, 동남아산 구슬 가방을 들고 다니며 인도 무늬의 스카프를 두르고 지구촌 문화를 즐기는 포스터모던의 세대 해체된 문화를 고유한 전통을 각자의 스타일로 접목시킬 줄 아는 것이다.

이들에게 동양 삼국 차가 다른점을 설명하였다. 중국차는 향을, 일본차는 색을, 한국차는 맛을 중시한다는 것.차의 ‘삼기’ 즉 색·향·미와 함께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흘러 가기에 오리지날은 사라지지 않고 변형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한국 차를 마셔본 외국인들은 한결같이 마일드앤 소프트라고 표현하는 것은 정성으로 만든
불길의 조절을 가한 만든 이의 마음의 손길이간 떡음차 수제차의 진가를 맛으로써 아는 것
이다.

집에서 부모님이 차를 한다는 한 학생이 왜 차잔이 작고 손잡이가 없나를 질문 한다.커피 브레이크 타임 문화는 손에 머그잔을 들고 한손에는 종이를 들고 다니면서 식은 커피를 마시면서 일을 하지만, 차는 일단은 앉아서 두 손으로 잔을 잡으며 마음을 가다듬으며 차분하게 심신을 차잔속에 담아 자아를 내려다 보게 하는 것 같다.

명상의 단계는 아니더라도 사색과 관조를 찻잔에 차를 담았다. 비우고 다시 채우고 다시 담으며 반복성에는 단순하면서 퍼포먼스 그 속에 모든 인생사를 담는 것이다.

담고, 비우고, 오고, 가고, 피고, 지고…자연의 순리 현상계를 스스로가 차.한.잔. 을 마주하면서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다.빨리 빨리로 이민 경제를 자리를 잡았으면 이제는 느림의 미학 천천히 좀더 천천이로 느슨하고 여유로움 한가함을 시간속에 담는 것이다.

“선다일미” 찻잔과 함께 자신의 자화상 어제, 오늘, 내일을 담아서 스스로가 무엇이며 진정 무엇을 위하여 질주 하였는가? 그리고 무엇을 남겨둘 것인가 ! 그 지나간 시간을 차잔속에서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 가는 것이다.

차회가 끝났어도 계속오는 학생들, 기타 컨셔트가 다음 프로그램에 있는 것이다.뒷정리를 하는데 기타 반주의 음률과 아프리카 드럼 소리가 어울려져 들린다.

늦게 온 학생들에게 차를 주고 개인적으로 차를 묻는 이들과 어릴때 보았던 친구의 아이들이 커서 대학생이 되어 서너명 인사하려 오고 반가움에 사진을 찍으며 타임머신을 타고 훌쩍 이자리에 서있는 내모습을 바라다 보았다.

미국에 와서 얻은 것은 무엇이며 잃은것은 무엇인가를 …차.한..잔 마시러 왔다가 가는것 그들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 것인가? 무엇을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인가를… 토양이 다른 이국땅에서 뿌리를 내린 부모들이 새싹이 솟아오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서 밑거름이 되어 주는것 아이텐디티의 자양분 전통을 알려 주는것이 아닌가 보다.

내년 봄 차시연을 다시 열기로 하고 오늘의 차회로 차와 인연이 맺어지기를 바란다. 아치형 창가는 그 사이 저녘햇살 석양에 져가며 붉게 물들어 가는 멀리 보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어둠속에서 네온싸인의 빛을 뿜고 있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뉴욕 맨하탄의 밤이 전개되어 간다.
향은 보이지도 만질수도 볼 수도 없지만 영원히 우리들 기억과 가슴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차향의 그윽함이 학생들 모두에게 스며들기를 허디슨 강물이 흘러 흘러 가듯이 차향도 실려서 이어져 가기를 바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은 가을로 깊어가는 숲길에는 노오란 빛을 발하며 처연하게 떠있는 달을 바라보며 어둠속에서 빛을 뿜는 달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달빛차 차잔을 달에 그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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