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래도 되는가

2004-10-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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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숙 크리밸라(롱아일랜드)

최근 퀸즈에서 태권도 토너먼트가 있었다. 이날 대회는 약 500명의 선수와 가족, 그리고 관중들의 뜨거운 열기로 태권도의 위상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우리 부부는 아들이 열심히 연습하고 나서 참가했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응원을 하였다.어린 아이에서부터 청,장년까지의 선수들이 모두 한결같이 신중하고 열심히 대회에 임해 역시 태권도는 신사다운 운동이라고 자부하고 우리 부부도 조심스레 예의를 갖추었다.


우리 아들과 결승에서 만난 아이는 지난 해 대회에도 참가했던 바로 그 아이였다. 그 아이의 아버지가 심판이었던 지난해 시합에서 우리 아들은 받고 싶지 않은 금메달을 받았다. 이 아이의 아버지가 심판으로 나와 잘못 판정을 했기 때문이다.

항의한 결과 우리 아이는 촬영된 비디오 테입을 통해 다시 금메달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 경기에서도 그 아이의 아버지가 또 심판을 맡았다. 올바른 심판이 아니라 사범들과 다른 심판들이 납득 안가는 점수를 또 이번에도 자신의 아들에게 주는 그런 심판이다. 작년에 잘못 심판을 하였듯 올해도 또 그런 행위를 한 것이다.

우리 부부는 너무나 화가 났다. 부심이 매긴 점수를 심판인 이 아이의 아버지에게 보여주자 이 심판이 점수를 고치는 이런 행위를 어떻게 납득해야 할까.

메달이 문제가 아니다. 아들에 대한 그 심판의 메달 욕심이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다른 아이들의 희망과 용기를 꺾어버린 것이다. 이 바람에 지난해 참가했던 그 선수들과 사범들과 부모들이 이번에는 못 참는다고 항의하고 소리 지르는, 한 마디로 태권도의 위상이 곤두박질 추락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 심판은 태권도 6~7단이라고 한다. 그는 이 대회에 잘 가르친 아들을 내보냈고 잘못된 심판으로 아들에게 금메달을 따게 했는데 그렇게 한다고 아이가 부모의 기대대로 잘 될 수 있을까.

가뜩이나 태권도 길을 가려는 우리 아이들이 올림픽이 없어진다 하는 마당에, 그리고 여러 사범들이 모여서 태권도 정신이라는 광고도 내며 자세와 정신이 올바른 운동임을 알리는 이 때, 그런 사범이 있다는 것은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전체의 물을 흐리게 만드는 꼴이다.

한인사회에는 이렇게 잘못된 심판 보다 올바른 심판이 더 많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많은 심판들이 그 한 사람을 선도하지 못하고 자질 부족인 사람을 눈감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심판들의 우유부단하고 안면 위주의 심사는 태권도를 배우는 사람들의 꿈과 희망과 정신을 포기하게 만드는 길이라는 것을 꼭 명심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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