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짜 먹물들

2004-10-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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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명훈(재활의학과 전문의)

속어로 ‘먹물’이란 지식, 즉 이를 소유한 사람, 지식인을 지칭하는 말로서 이런 사람을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질시하여 비하할 때 냉소적 표현으로 적절히 사용되기도 한다.매스컴이나 프린팅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입에서 입으로 듣는정보나 경험 및 실험 등을 통해서 얻는 지식 외에 먹으로 쓰여진 서적, 또 이를 필사해서 학습을 했다.

먹을 벼루에 간다는 것은 단순한 동작이 아니라 학문에 앞서 인내와 수양을 통한 인격 도야에 힘쓰는 일, 즉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고 노력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문화, 문명사회에 영향력을 주며 이끄는 사람들을 지성인이라 불리어지는데 이들은 인격을 기본으로 하며 사회의 발전과 인류의 행복을 위해 각자의 구실을 담당해야 한다.


이들의 머리에 든 것이 많고 즉, 먹물로 채워져 있고 또 종이를 펼쳐서 먹물로 그들의 세상을 그리려 한다. 그들은 비전을 제시하고 사회를 이끌어가지만 그 반대로 사회의 암적 존재로 전락해서 이전투구의 표본이 됨을 우리들은 보아 왔다.

공맹사상을 그들의 무기로 전락시켜 무한 당쟁을 불사하면서 조선을 비빔밥에 숭늉을 말아놓은 형국으로 만든 사람들은 민초가 아닌 지배세력이었고 그것도 모자라 입신출세와 생존의 조건을 위해 조선을 팔아먹은 먹물들도 있었다.이런 존재들은 아마도 하인이나 다른 사람들이 갈아준 먹을 사용하였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들은 인격체로써 그 기본이 안 되어 있는 가짜 ‘먹물’들이었다. 가짜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지성인으로 행세하며 세상을 이끌어가려 한다.
한 세기도 견디지 못하여 자진한 공산주의 이념은 처음부터 기본이 되어있지 않았다. 즉 썩은 먹물이었다. 이 사상의 초창기에도 ‘20대에 카-마르크스 이론에 매혹되지 않으면 바보요 또 30대에 그것을 버리지 않으면 등신이다’라는 경고가 있었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다.

지식인 뿐만 아니라 노동자, 농민 및 무신자들에게 이상과 꿈을 약속한 사상, 그 진보적인(당시에는) 사상 즉 썩은 먹물을 붉은 기로 위장한 좌파적 이념을 위하여 투쟁했으며 상상할 수 없는 인류의 비극을 초래했고, 불행하게도 북의 남침은 더욱 그러했다.
오늘날 한국에서는 이 비극의 역사는 외면하면서 일제와 군사독재의 역사를 바로 세운다고
하지만 역사는 사실 그대로 서있는 것이지 세우는 것도 아니고 또 뛰어넘을 수도 없다.
현재 지구상에는 한반도의 북한정권과 쿠바만이 공산독재국가로 남아 운명의 날을 거부하고
있다. 소위 ‘남조선 해방전쟁’에 실패한 북한정권은 민족의 이름 앞에 용서를 빌기는 고
사하고 민족을 앞세워 적화통일의 망상을 추구하고 있다.
정작 해방되어야 할 땅은 그 때나 지금이나 북한땅이 아닌가. 그러나 김일성 생전에 공산주의대학을 설립하여 한반도 적화통일의 날을 대비해서 젊은이들을 교육 훈련시켜 왔다 하니 소위 ‘주체사상’이라는 그들의 먹물(?)을 갈아서 이용가치가 있는 사람들의 뇌리 속에 각인시켜준 것이 아닌가 한다. 세뇌 말이다.적화통일이 되면 남한의 요직은 남한 출신으로 임명될 계획이라고 하니 그들은 세상을 그릴 준비가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국내의 언론을 포함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현정권이 좌파라고 규정하나 실세들은 좌파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는 사태를 우연한 일이 아니라고 믿는 것 같다.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우리는 하나’라는 한민족 감성에 파고들어 민족의 자주와 자존을 지킨다는 강박감 때문에 오도된 반미정서의 확산과 폐쇄적 민족주의를 경계하고 있다.

남한의 어떤 젊은이들은 좌향좌를 하면서 우측으로 눈길을 주는 자가당착에 빠져있다 하니 이 얼마나 딱한 일이며 혼미의 세월인가?
시계의 침은 오른쪽으로 돌고 세계는 자유민주주의로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적어도 완벽한 제 3의 사고가 태동할 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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