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성공담 공개 기피증

2004-10-05 (화)
크게 작게
김노열(취재2부 차장대우)

의류관련 무역업을 하고 있는 A사. 이 회사는 미국 내는 물론 한국, 동남 아시아, 유럽 등 전세계 여러 국가에 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수출입 도매상으로 2년 만에 중견 기업으로 급성장 했다.

A사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 오너인 김모 사장만이 갖고 있는 독톡한 경영 노하우가 주효했기 때문이다.그러나 김 사장은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언론에 알리는 것을 피하고 있다. 여러 한인 업주들에게 김 사장의 경영법을 소개하고자 기자가 몇 달째 취재를 요청하고 있지만 한사코 마다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회사가 알려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생각지도 않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언론에 기사가 나가고 얼마 지나면 거래 회사로부터 전화가 걸려 오곤 합니다. 알고 보면 한인 경쟁 회사들이 더 낮은 가격에 물건을 주겠다고 훼방을 놓은 것이지요”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그는 수개월 전부터 직원들에게 회사와 관련된 일은 절대 외부에 발설하지 말 것을 신신당부해 놓은 상태다.

특히 수출 계약에선 거래 당사자인 상대 기업의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고 있다.

“외국업체와 경쟁하기도 바쁜데 한인 업체끼리 서로 발목을 잡다니, 이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한 업체가 공을 들여 판로를 뚫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곧바로 다른 업체가 끼어 들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식의 제살 깎기 경쟁이 극성을 부립니다”영업망까지 희생해가며 회사의 내용을 알릴 수 없다는 것이 김 사장의 주장이다.

비단 이같은 얘기는 김 사장만의 주장이 아니다. 많은 한인업주들은 이 주장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다른 업체나 업소가 혼신을 들여 만들어 놓은 영역을 파고드는 어긋난 상도의 행위로 시장
질서가 망가지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목격해 오곤 했다.
하지만 김 사장처럼 무조건적으로 공개를 꺼리는 것만이 옳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설사 공개를 할 경우 다른 경쟁업체들이 발목을 잡으려 하더라도 능히 돌파할 능력을 갖추고 축적된 기반을 한층 튼튼하게 다지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일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