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름 속에 닮긴 삶

2004-10-0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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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영(보스턴)

세상에 태어난 자식에게 부모가 남겨주는 유일한 것은 이름 석자이다.
부모가 지어준 이름은 죽은 후에도 영원히 이어지는 무형의 유산으로 이름이야말로 빈부 귀천이 없는 인간들만의 특권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재물과 명예를 유산으로 넘겨받아 힘든 생존경쟁의 늪을 체험해 보지 못한 채 편안하게 사는 사람도 있다.
일반적으로 부모된 사람들의 마음은 자기 자식에게만은 좋은 이름을 지어주어 이름 속에 담긴 뜻으로 오래 오래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아가도록 유명한 작명가에게 이름을 짓기도 한다.


더욱 요즘에는 모태 속에 있는 아기의 성별을 미리 알아내 태어나기도 전에 이름부터 지어주는 사람도 있다.부모로부터 지어 받은 귀한 이름도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내적 감각과 외적 요구에 의해 이름을 개명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개명을 시도하는 경우 중에는 큰 사건에 연루된 범죄인의 이름과 같다거나 하는 불쾌감, 또는 시대의 변천으로 천박스럽게 들려지는 소리가 듣기 싫어 개명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일제 하 우리 민족이 겪었던 창씨 개명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 하에서 어쩔 수 없이 부모가 지어준 이름을 버리고 억지로 일본식 이름으로 개명해야만 했던 뼈 아픈 역사도 있었다.그런 뼈 아픈 역사를 가진 우리가 이제 새로운 서양식 이름을 짓기 위해 새로운 작명법을공부해야 한다.
우리가 새로 짓는 이름은 미국사회에서 부르기 쉬운 이름을 짓기 위해서다.

중국이나 일본인, 유대인은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오랜 해외 이주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민족이다. 이들이 미국식 이름을 짓고 사는 역사도 우리와는 비교가 될 수 없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부모가 지어준 한국식 이름을 버리고 꼭 미국식 이름을 지어야 하느냐에 대한 해답은 이 나라에 살아 보았던 사람들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내릴 수 있는 체험에서 나온 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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