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편견의 그물

2004-10-04 (월)
크게 작게
김주찬(취재2부 차장)

미국에 이민온 뒤 생각의 수준이 한국에 있을 때부터 멈춰진 것 같다고, 그래서 나이는 들어가는데 아직도 젊은 기분으로 산다는 한인들이 많다.
젊은 기분으로 산다는 것, 참 좋은 일이다. 한국에 가서 친구들의 ‘세파에 찌든’ 모습을 보고 미국에 오길 잘했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젊은 기분으로 젊게 사는 것은 좋지만 시대의 흐름을 못따라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념의 혼란이다. 불운한 한국사에서 이데올로기는 족쇄의 역할까지 해왔다. 어려서부터 주입식으로 강요받아온 단선적인 이념은 지금도 ‘유령’처럼 우리의 곁을 맴돌고 있다.


아무데나 ‘좌파’ 또는 ‘공산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이면 다 되는 줄 아는 사고 방식이 문제다.한국의 국가보안법 폐지 논쟁으로 야기된 이 이념의 딱지는 그러나 ‘자유 민주주의’가 진정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없이 자기 맘에 들 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차별하게 붙여지고 있다.

현 정부를 옹호하자는 뜻이 아니다. 국민들의 선거에서 정통성을 부여받은 정부를 앞뒤가 안맞는 논리로 ‘마녀 사냥’ 하듯이 몰아가고, 단정짓는 것은 정말로 무책임하다.

현 정부가 좌파라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면 심심하면 좌파 정부가 들어서는 유럽의 국가들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란 뜻인가.얼마전 보수 신문으로 평가받는 D 신문의 칼럼에 다음과 같은 재미난 얘기가 실렸다.

“말하자면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규정해놓고 ‘그런 나쁜 일이 없어’ 하는 식으로 비판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는 것이다.
그 일의 실상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 현실을 왜곡해가면서 ‘이게 나라냐’며 거품을 무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만사를 색안경을 끼고 보니 세상이 제대로 보일 리 없는 것이다.

비판은 정확한 사실이 전제돼야 한다. 그 다음 대안은 무엇인지,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 지가 나와야 한다.그러나 요즘의 비판은 그렇지 못한게 대부분이다. ‘이대로는 안된다’를 외칠 뿐이다.

마냥 편견의 그물에 사로잡혀 모든 사안을 제멋대로 재단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정치적인 다양성은 인정하지만 변화되는 시대의 분위기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