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유럽여행기 (2)

2004-10-0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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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종교전문기자>

유럽엔 국경이 없다. 독일 땅에서 180km로 달려 오스트리아로 들어갔다. 오스트리아는 속도제한이 있다. 안내인이 없었다면 오스트리아로 들어간 것조차도 몰랐을 게다. 오스트리아에서 다시 이탈리아로 향했다. 이탈리아로 가는 고속도로는 산 계곡을 질러가는 곳으로 터널이 수없이 나타났다. 이탈리아로 들어서자마자 찐한 에스프레소 커피로 피곤을 달랬다.

베니스에 도착했다. 이태리어로 베네치아라 불리는 이 곳은 122개의 섬들로 약 400개의 다리가 있는 수상 도시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으로 유명한 이 곳에서 뜻하지 않게 바가지를 쓰게 된다. 베니스의 상인들이 얼마나 상술에 능한지 직접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베니스의 한 광장에 들리니 세계 각 곳에서 온 관광객들로 혼잡을 이루고 있다. 광장의 건물들은 10세기초에 지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웅장한 자태다. 누가 말하기를 이탈리아 로마는 제일 나중에 보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로마까지는 가보지 못했지만 베니스 한 광장의 건축물을 보고서도 로마의 건축물을 가늠할 수 있었다. 10세기초에 지어진 광장의 건축을 미루어 1세기에 지어진 로마의 건축들을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 저곳을 구경하다 일행은 시장기를 느껴 한 식당엘 들어가 이탈리아 음식을 시켰다. 그런데 나온 양을 보니 독일 음식 양의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비싸기는 왜 그리도 비싼지. 거기다 식당 입장료까지 받는 것이다. 태어나 베니스도 처음이었지만, 식당에 들어가 입장료를 내고 음식을 먹어보기도 처음이었다.

베니스에는 물 버스와 택시, 곤돌라 및 자동차를 나르는 페리가 운행되고 있다. 물 택시를 타고 1000년 된 유리주물공장을 찾아가는데도 길이 있었다. 물 속에 말뚝을 박아 길을 표시하고 있는데 그 길이 수상 도로이다. 버스는 물가에 떠 있는 배처럼 생긴 정류장에서 승객이 타고 내린다. 정류장 표시가 미국의 버스나 전철 노선 표시와 같다.

물 버스는 대형이기에 작은 골목 물까지 들어가지 못한다. 작은 골목을 다니는 수송은 물 택시와 곤돌라가 맡고 자가용들이 다닌다. 자가용은 개인용 작은 모터보트들을 말한다. 이태리 남성들과 여성들의 체격은 세계인의 표준이 된다고 한다. 베니스에서 만난 이태리 남성과 여성들은 모두 배우처럼 미끈하다. 식당에서 쓴 바가지를 안은 채 베니스를 떠났다.

스위스 융프라우로 가는 길. 세계에서 제일 긴 터널을 지난 것 같다. 터널 길이가 17km 이니 10마일이 넘다. 알프스 산맥 중앙을 뚫어 지나간 듯 하다. 그렇게 긴 터널임에도 공기가 흐리지 않다. 유럽의 정상이라 일컫는 융프라우 산이 보이는 작은 도시 인터레이컨에 도착했다. 중국식당이 있어 들어가 보니 한식 요리가 메뉴에 있다.

한식을 시켜 먹고 난 후, 한인 요리사가 나왔다. 한국에서 스위스로 취직이 되어 온지 몇 달되었다고 한다. 한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정부가 요리사에게 비자를 내 준 모양이다. 하루 밤이 지난 후 기차를 타고 융프라우로 올라갔다. 왕복 5시간이 걸린다. 기차는 바퀴와 바퀴 사이에 톱니가 있고 기차 선로 역시 가운데 톱니가 깔려있다.

가파른 경사 길을 오르고 내려올 때 사고를 없애기 위한 장치다. 그러니 거북이 걸음으로 올라가고 내려온다. 그러나 천천히 오르내리는 것이 관광에는 더 좋은 것 같다. 사진과 영상으로만 보든 알프스 산과 마을의 아름다움을 기차를 타고 만끽할 수 있었기에 그렇다. 다행으로 날씨가 너무나 좋았다. 기차는 3600m 정도까지 올라간다.


융프라우산 정상은 4000m가 넘는다. 만년설이 깔려 있는 융프라우. 1900년대 초에 건축된 기차 길과 융프라우 역은 아시아와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다. 한국 사람, 일본사람, 중국 사람들이 수 십 명씩 단체로 관광 와 구경을 다닌다. 그래서인지 융프라우 역사 안 식당에 걸려 있는 ‘사발면’ 메뉴판이 크게 눈에 띈다. 반가웠다.

융프라우에서 만년설을 밟아 보았다. 정상이 바로 보이는 곳에서다. 태고부터 녹지 않은 만년설. 눈이 부시다. 스위스는 중립국이다. 국민 1일당 개인 소득이 4만 달러가 넘어 세계 1위다. 융프라우에서 들어오는 관광수입만 해도 엄청날 것 같다. 스위스를 뒤에 두고 다시 이태리로 들어가 밀라노에서 대성당을 본 후 오스트리아를 거쳐 독일로 향했다.

일주일간의 유럽여행. 값진 것 같다. 미국이 대 테러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 때, 유럽은 공항만 제외하곤 모든 곳이 평온한 것 같다. 베니스의 바가지만 빼고는 정말 좋은 여행이었다. myong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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