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어부터 올바로 가르치자

2004-09-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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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2부 차장대우)

마켓이나 식당, 거리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한인 1세 부모와 1.5·2세 영어권 자녀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대부분 영어와 한국어가 마구 섞여 있다. 언뜻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때론 ‘저런 식으로 대화하면 서로 얼마나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부모 입장에서야 어떻게든 자녀와 대화를 나눠보고자 ‘애들이 편하게 사용하는 영어를 섞어 말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겠지만 부모들이 제대로 영어실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이같은 방법은 결코 옳은 언어학습법이 아니라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이런 대화방식으로 한국어를 익힌 자녀들은 나중에 커서도 쉬운 생활 한국어만 겨우 알아들을 수 있다. 정작 한국어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정리해서 발표할 수 있을만한 수준의 한국어 구사는 어렵다.

또 부모들이 문법이나 표현력이 맞지 않는 영어를 부정확한 발음으로 자주 사용한다면 자녀와 아무리 열심히 대화한다 하더라도 자녀들의 영어습득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25일 뉴욕한인교사회 주최 학부모 연수회에서는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능통하게 구사할 수 있는 자녀로 키우는 언어교육법이 소개돼 주목을 끌었다.

이날 한 3학년 담당 한인교사는 “미국 태생의 한인학생들이 3학년 수준의 읽기와 쓰기 능력을 갖춘 경우가 드물며 발음도 상당히 부정확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은 뒤 “학부모들의 잘못된 한·영 혼용”을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어 한국어든 영어든 부모가 사용하기 편하고 자신 있는 언어 하나를 먼저 선택해 자녀와 대화할 때 일관성 있게 사용하고 한국어가 편하다면 굳이 영어책보다 한국어로 된 책을 꾸준히 읽어줄 것을 권했다.

언어마다 표면적 형태는 다르더라도 학구적 언어의 습득과정은 모든 유사하기 때문에 한 가지 언어에 능통해지면 다른 언어로 충분히 전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90년대 중반 미주한인사회에는 노래방 기계 구입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한국가요를 1.5·2세 자녀들의 한국어 학습교재로 이용하는 가정이 많았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른 요즘에는 한·영 자막이 실린 비디오가 다량 출시되면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까지 한국어 학습교재로 동원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인 자녀들에게 아름다운 우리의 한국어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첫 번째 스승이자 참된 교사는 바로 `부모’ 자신들임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된다. 또한 한국어 교육방법도 올바른 표현법을 사용해 자녀와 자주 대화를 나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도 명심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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