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돌이킬 수 없는 단계

2004-09-2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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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일(취재부부장대우)

이승만 초대 대통령 정권이 1960년 4월 무너지고 이를 이은 장면 정권이 이듬해 5월16일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군부 정권으로 교체되자 미 중앙정보부(CIA)는 한국의 앞날을 점치는 ‘전망 보고서’를 수시로 작성했다.

최근 기밀해제된 이들 보고서는 당시 CIA가 한국 정보를 수집, 정리, 분석, 단기적 미래를 예측한 것으로 40년이 지난 오늘 그 내용을 보면 정확성에 놀라움을 감추기 어렵다.


특히 6.25 전쟁이 휴전됨에 따라 남한의 공산화 통일 계획을 포기하지 않은 북한의 ‘타도 위협’(Subversive Threat)을 분석한 부분은 오늘날 당시 CIA가 예측한 상황이 한반도에 현실화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1961년 9월7일 작성된 ‘한국 전망’ 보고서는 “북한은 이승만 정권 붕괴 이전에는 주로 경제적 부정과 이기적인 정치 활동, 한국에 주둔한 외국 군대 등에 대한 한국인들의 불만을 부추기기 위해 정치운동가 침투와 선전에 주력했다.

1960년 이후에는 일본을 경유한 간첩 침투 노력을 증가시켰다. 그후 200~250명에 달하는 간첩이 침투한 것으로 추정되고 이들 중 일부는 정부 관리, 대학생, 교사들을 부패(Subverting)시키는 임무를 띄었다”고 밝히고 있다.

1962년 4월4일 작성된 보고서는 “북한 공산당은 각종 정치적 투쟁과 전복 행위로 남한의 독립을 붕괴시키는 노력을 계속 시도할 것이다. 한국의 정치 사회적 불안, 경제적 침체 등이 한국 사회의 약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CIA는 또 박정희 정권과 미국이 한국군의 유엔사령부 지휘권을 놓고 마찰이 빚어지자 1962년 4월13일 작성한 보고서에서 “북한은 이미 한미 마찰을 이용하기 위해 한국 군사 정권에 대한 신랄한 공격을 자제했고 민족성과 주한미군 철수를 강조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장면 시대에 좌익 학자들과 학생 집단에 성과가 있었던 평화통일 주제도 밀어부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기문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은 24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한국 정부는 남북 교환과 협력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까지 진전한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반 장관이 언급한 돌이킬 수 없는 단계란 남북한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정부가 꾸준히 노력한 결과 “민족적 평화통일”이 이뤄진다는 의미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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