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유럽여행기 (1)

2004-09-2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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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 종교전문기자>

태어나 처음으로 유럽 땅을 밟아 보았다. 말로만 듣던 유럽. 뉴욕에서 비행기를 타고 독일의 프랑크프르트 공항에 내렸다. 독일에서 제일 처음 받은 인상은 검소함. 공항내 화장실 휴지로부터였다. 화장실 휴지는 누런 색깔의 질긴 것이었다.

하얀 색깔의 보드라운 화장지만 보다가 누런 색깔의 질긴 화장지를 보며 아! 이 종이가 바로 독일사람이 검소하다는 상징의 하나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화장지는 리사이클링, 즉 재생산된 휴지임에 분명했다. 독일이 검소한 나라라는 걸 수없이 들어왔지만, 화장실에서부터 그걸 체험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현지 안내인이 빌린 지프차를 타고 로텐버그로 향했다. 로텐버그는 독일에서도 유명한 오래된 작은 도시로 관광객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곳이다. 중세기 작은 성으로 성밖과 성안으로 나뉘어 있는 로텐버그를 구경하며 과거 유럽의 중세기를 연상할 수 있었다. 이 곳에서는 죄수들을 벌주는 형틀을 모아 놓은 박물관을 보았다.

로텐버그에는 1600년대에 세워진 교회당과 집들과 거리가 잘 보존돼 지금도 사용되고 있었다. 거리는 돌들로 도로가 깔려 있었다. 앞으로 천년이 지나도 끄떡없을 것 같다. 성은 높이 50피트의 성벽으로 둘려 싸여 있었고 성벽은 큰 돌들과 흙으로 견고히 쌓여 있었다. 성문들은 이중문이었다. 독일 음식을 주문해 먹었는데 그 양이 엄청나게 많았다.

로텐버그에서 푸센으로 갔다. 푸센에는 미국의 디즈니랜드 신데렐라 성의 모델이 된 일명 ‘백조의 성’이 있다. 이 성은 루드비히 2세가 지은 것이다. 바그너의 음악을 좋아했던 그는 17년 동안 이 성을 지었다. 이 성안에는 백조의 그림이 많고 중세기 성이라 하기에는 믿지 못할 정도로 승강기가 있는 등 근대적 시설들이 많다.

푸센에서 다시 소금광산으로 유명한 설츠버그로 갔다. 그 곳에는 독일주민 관광객과 학생들이 많이 찾아왔다. 1600년대 발견된 소금광산은 소금물로 된 작은 지하 호수가 있을 정도로 넓었다. 소금물 짜기는 바다물의 수십 배에 달한다. 이렇게 산에서 소금이 나는 것은 이 땅 전체가 수백만년 전 바다였는데 침수되어 땅이 덮여 생긴 것이라 한다.

독일에는 장소에 따라 고속도로엔 자동차 속도제한이 없다. 자동차 몰기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좋을 성싶다. 고속도로 안내판에는 마일(mile)이 아닌 키로미터(km)로 표시가 돼 있다. 아마도 마일로 표시하는 곳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밖에 없는 것 같다. 설츠버그를 나와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시간당 180km로 달린다. 마일로는 110마일 정도 된다.

독일의 고속도로는 2차선이다. 미국의 넓은 고속도로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좁다. 그런데도 자동차들이 속도제한이 없어서인지 쌩쌩 거리며 잘도 달린다. 한 곳에서 사고가 났다. 수 마일이나 자동차가 밀려 거북이 걸음들을 한다. 독일의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운전사는 사망이다.

속도 때문이다. 속도제한이 없는 것이 합리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급한 용무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을 듯 싶다.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한 관광지에 들렸다. 이 곳의 한 잡지에 남녀 혼탕사우나가 광고로 실려 있었다. 버젓이 광고가 될 정도이니 혼탕사우나도 명소에 들어가나 보다. 외국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사우나탕을 관광 삼아 들린다고 한다.

미국에도 없는 남녀 혼탕사우나가 공인된 곳이 독일이다. 미국보다 성문화가 더 개방된 나라인 것 같다. 독일은 개스(휘발유) 값이 엄청나게 비싸다. 유로로 리터당 5유로(6달러)다. 미국에선 개스값이 올라 아우성이나 독일에 비하니 아주 싼 편이다. 유로는 달러와 환율비율이 약 80대 100이었다. 200달러를 유로로 환전하니 165 유로를 주었다. 달러 가격이 현재 유럽에서는 약세다. 달러는 상점에서 받지 않았다. 유럽의 자존심이 이런데서 나타나는 것 같았다.

독일의 관광지 상점에는 밖에서 지키는 사람이 없다. 밖에 즐비하게 물건들이 쌓여 있는데도 주인은 전혀 신경을 안 쓴다. 아무도 그냥 가져가는 사람이 없다는 것, 즉 도둑이 없다는 것이다. 독일인의 정직성이 잘 드러나 보였다. 또 독일 상품은 정찰제이다. 사면 사고, 안 사면 그만이다.

물건값으로 흥정하는 일이 없다. 독일제품에 대한 자존심이 상품 거래에서도 나타나 있는 것을 보았다. 독일은 벤츠와 비엠더블류(BMW)가 택시로 사용되고 있다. 검소한 독일. 독일에서 몇 일을 보낸 후 오스트리아와 이태리, 스위스가 있는 남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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