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가을의 일상

2004-09-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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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수(취재부 부장대우)

어느새 가을이 찾아오고 추석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8월말부터 아이들의 신학기 준비로 바쁜 주말을 보내고 이어진 허리케인 영향으로 비를 피해 지내다 지난 주말 화창해진 하늘을 쳐다봤다. 천고마비의 계절이 찾아왔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며 오랜만에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한국의 가을 하늘만 유독 푸르고 아름답지만 않다는 것은 뉴욕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모두 동감할 것이다. 뉴욕의 가을하늘, 뉴욕의 가을 단풍은 이만리 떨어진 고향의 하늘과 가을만큼 다정다감하지는 않겠지만 바쁜 이민 생활중 한번 쳐다보면 숨쉬기를 크게 하고 싶게 만드는 여유를 준다.


며칠전 아이의 책을 구입하기 위해 반스노블 서점에 들렀었다. 시간에 쫓기다 보니 필요한 책제목과 작가의 이름만 달랑 들고 서점 안내원을 통해 책을 금방 손에 쥐어줄 수 있었다.그러나 계산대 앞에 늘어선 구입자의 줄은 평일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빨리 줄어들지 않았다.

가을은 한국인들만 독서하는 계절이 아닌가 보다. 서점안 책장과 선반위에 진열된 많은 책을 바라보며 올 가을에는 이중 한권의 책을 읽어보
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대 뒤에 놓인 예약된 책들이 놓여진 모습을 보고서는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 다양한 정보를 찾을 수 있지만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양식은 시간을 내어 넘기는 책장마다 쌓아진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9월 학기가 시작한지도 2~3주가 지났다.바짝 긴장하고 첫 주를 보낸 아이들이 서서히 학교 생활에 적응하면서 학부모들의 마음도 함께 편안해진다.하지만 가정과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우리 2세들은 미국 학생들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고 한다. 바로 미국 문화가 몸에 익지 않기 때문에 오는 차이에서 이 스트레스가 비롯된다는 것이다.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 적응하면서 1세들이 모르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에 살면서 미국 문화를 외면한 채 미국 예절을 무시하고 사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서는 자주 이 예의를 무시하고 용감하게 한국식으로 살아가는 한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번 가을은 자녀들에게 한국의 추석은 물론 미국의 탱스기빙데이도 유래에 대한 책을 읽고 설명할 수 있는 부모들이 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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