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열린우리당의 역사 바로 세우기

2004-09-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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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영(보스턴)

21세기를 향한 오늘의 세계는 나라마다 문호를 개방하고 뼈아픈 역사와 전통마저 버려가면서 무한경쟁시대를 대비하고 있다.본래 세계화의 개념은 경제 제일주의를 국가 이념으로 나타내는 작은 말뜻이기도 하다. 때문에 오늘의 세계는 자본과 시설, 상품의 제조나 판매에 이르기까지 투자가 편리한 곳이라면 세계 어느 나라이던 상관없이 투자의 적지를 찾아 이동하고 있는 것이 세계화의 추세다.

100년 전 서구 열강은 급속한 산업혁명으로 원자재 확보와 상품시장 확보를 위한 식민지 쟁탈전을 벌이면서 군사대국이 힘 없는 나라를 침략하고 지배해 왔다. 더욱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동서간의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세계는 양극화 되면서 세계화란 말은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었다.


그런 이데올로기의 대립도 반세기의 역사를 쌓으면서 공산 종주국인 소련이 그들 헌법에서 공산당이란 이름을 삭제함을 계기로 소련의 위성국이었던 폴란드, 헝가리, 체코를 비롯한 동구권 나라들이 닫혔던 문을 열고 무한 경쟁속에서 국가 이익 챙기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 변화된 오늘의 국제사회 모습이다.

이런 변화는 동구권 나라 뿐만 아니라 멕시코를 비롯한 브라질, 칠레와 같은 남미 여러 나라들도 새롭게 세계화에 눈을 뜨고 통치지와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국익 챙기기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런 급박한 국제정세 변화 속에서 우리의 조국은 어떤 체제 구축으로 세계화의 물결에 대처해 나가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겠다. 또어떤 일이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기에 600만 해외동포들의 마음까지 아프게 하는지를 들여다 보자.

요즘 신문이나 방송에서 들려지는 본국의 사회 실상은 한탄하기 보다는 분노가 치민다. 한 마디로 정치, 경제, 교육, 언론, 심지어는 깨끗한 신사, 엘리트들의 조직으로 불리워지는 외교부까지 무능과 부패의 오염이 만연하여 나라 꼴이 정말 말이 아니다.

중국이 ‘동북공정’이란 프로젝트로 우리나라 고구려사를 자기 나라 역사로 변형시키려는 일로 인해 국민의 분노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가 하면, 반세기가 지난 역사의 흐름 속에 묻혀있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를 밝혀내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고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이 제안한 법 개정안이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해 찬반 양론으로 소용돌이를 치고 있다.

더욱 대통령까지 나서 경제를 챙기는 일 보다는 과거사 규명이 우선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문제는 친일 분자를 가리는 일이 대통령의 말이나 특정 정당 중심의 국회의원 몇 사람이 주
장하는 일 보다는 정부와 학계, 언론과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전제조건 하에서 과거사 진상 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누가 누구를 심판하려 드느냐고 일부 국민이 반발하고 있다. 일본군 헌병 오장의 아들과 딸인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과 이미경 의원, 독립운동가의 조상을 사칭하고 있다는 김희선 의원 등이 친일 반민족 행위자를 가려내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적반하장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역사 바로 세우기는 자칫 국론 분열만 부추길 뿐이다.공산 독재체제에 시달려온 구 동구권 나라와 이웃나라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를 보자. 그들 나라들이라고 뼈 아픈 과거가 없었겠는가를.
그들 나라들은 과거사에 얽매어 경제를 챙기는 일을 뒤로 미루고 있지는 않다.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국익을 챙기는 일이 무엇인지를 그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피흘려 지켜온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이 과거사에 매달려 무엇을 얻을려고 하는지 걱정이 된다. 경제가 무너지고 난 뒤에도 과거사에 매달릴 수 있을지를 대통령과 열린 우리당 국회의원들에게 냉혹하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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