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한인동포 섬기러 왔다

2004-09-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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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뉴욕에 새로 부임한 문봉주 뉴욕총영사가 뉴욕한인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정부를 대표하여 뉴욕한인들을 섬기러 왔다”고 말하면서 “관과 민이 합심해 한인사회의 발전과 위상 강화를 이루자”고 역설했다.

한미관계는 물론 한인사회와 한국과의 관계가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총영사관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는 이 때 새로 부임한 문 총영사의 이
와같은 공복 자세에 우리는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

뉴욕한인사회는 한인으로 이루어진 사회이지만 그 구성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한국에서 살다가 미국에 이주한 1세들이 있는가 하면 미국에서 태어난 2세, 3세들도 있다. 한국 상사나 기관의 해외 주재원, 유학생, 방문자와 영주권자가 있는가 하면 미국 시민권을 받은 미국 국적의 동포들도 있다.


이 가운데 해외주재원, 유학생과 영주권자 등 이른바 재외국민과 여행자는 총영사관의 관할 대상이지만 미국 국적인 시민권자는 미국정부의 관할 대상이다. 그러나 미국 시민권자인 한인들도 한인 동포라는 점에서 총영사관이 외면할 수 없는 대상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대에는 총영사관도 한인사회에 대해 고압적인 자세를 취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 뉴욕의 한인사회도 규모가 커졌고 구성이 복잡해졌으며 여러 방면에서 한국에 대한 종속적, 의존적 관계를 탈피해 가고 있다. 그러므로 총영사관이 한인사회를 경시하거나 한인사회에 군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시대착오적 망상일 것이다. 이제 총영사관은 한인사회에 봉사하는 기관일 뿐이다.

총영사관은 한인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종합하여 재외동포정책에 반영함으로써 한인사회의 화합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특히 지금 한국에서는 반미주의가 점증함에 따라 한국과 한인사회 간의 갈등이 싹틀 우려가 없지 않고 한국내의 보혁 갈등이 이곳 한인사회까지 파급될 우려가 매우 큰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총영사관이 일부 사람들의 인의 장막에 가리워져 다양한 한인사회의 여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많은 사람들의 외면과 빈축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한미관계를 위해서나 한국 및 한인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관과 민이 합심하고 한인사회가 단합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런 시점에서 한인사회를 섬기겠다는 겸허한 자세로 관민의 합심 협력을 강조한 신임 문 총영사에게 큰 기대를 걸고 앞으로 그의 행보를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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