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선택은 내게 달려있다

2004-09-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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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어떤 사람을 보면 물질적으로 가진 것이 적어도 항상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또 그 가운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산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가진 것이 많아도 항상 모자란다며 불평이 대단하다. 이를 보면 과연 어떤 사람이 참 부자요, 행복한 사람이고, 또 어떤 사람이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인지 쉽게 구분이 될 것이다. 전자와 같이 가난하더라도 마음이 부자인 경우 천국에서 산다고 할 수 있을 것이요, 후자처럼 아무리 돈이 많아도 불만이 많은 경우 바로 지옥에서 사는 생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위 종교에서 말하는 천국과 지옥의 차이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천국은 있든 없든 그저 주어진 삶에 만족하고 감사해 할 줄 아는 사람의 생활이요, 지옥은 매사가 원망과 불평으로 일관하는 사람들의 삶을 말함이다. 천국과 지옥은 이와 같이 내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현실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살면서 자꾸 ‘죽겠다’ ‘장사 안 된다’ 이래서 안 된다, 저래서 안 된다 한다든가 가족간에도 서로 미워, 미워하면 질병이 마음에서 나와 고치기가 어려운 상태로 발전한다.


요즘 우리사회도 일일이 공개되진 않지만 어려움이 있는 가정이 많이 있다. 부부 아니면,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같은 집에 살면서 서로 미워하거나, 젊은이들 사이에 노부모나 어린 자식을 아무렇게나 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교회나 단체에서도 보면 서로 잘 지내야 할 교인이나 회원간에 서로 시기하며 으르렁거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것이 바로 눈에 보이는
지옥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러나 뭐니 뭐니해도 북한의 아오지 탄광과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배고픈 주민들의 현실을 생각할 때 진짜 북한만큼 심각한 생지옥은 이 지구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북한은 실제로 아무리 도와주어도 온통 불만과 불평 투성이다. 주어도 주어도 감사할 줄 모르고 툭하면 원망이고 심술 투성이다. 자기네가 못살고 분단된 것은 모두 미 제국주의자들 때문이고, 이
모양 이 꼴 된 것도 남한의 괴뢰집단 때문이라고 억지를 쓰곤 한다. 이러한 거짓말을 그들은 그동안 50년이나 넘게 해왔으니 마음속에 무슨 감사가 있겠는가.

남한에서 받아들인 탈북자만 보아도 그들은 먹여주고 재워주고 정착금까지 주었는데도 감사할 줄을 모른다. 넘어온 5,000명 중 거의 대부분이 불평과 원망만 늘어놓고 있다. 그들은 일인당 정착금 3,200만원씩 받고도 금방 다 쓰고 더 내놓으라고 투정이다. 이런 사람들한테서 과연 화합과 안녕, 그리고 사랑과 평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어려운 불경기에 그래도 거두어진 소득에 감사할 줄 모르고 수입이 더 많은 남과 비교하여 적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이든간에 따지고 보면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이 것도 얼마나 감사한가’ 이런 마음만 가지면 그 것이 바로 천국이다. 지나친 경쟁은 좌절과 패배를 낳는다. 성경에서 ‘받은 바 은혜에 감사하라’는 말처럼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면 모든 것이 평안하다. 노조가 시위하는 것도 보면 모두가 감사에서가 아니라 원망과 불평에서 나오는 것이다. 솔선해서 남을 위해 무언가 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바라는 마음만 갖고 있는 것에서 출발한다.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의 유명한 연설 중에 ‘정부가 해주기를 바라기보다는 여러분이 정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자녀나 부모, 이웃, 그리고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생각해 보는 그 마음이 바로 감사요, 천국인 것이다. 세상만사 살아가면서 문제는 어느 시대 건 있게 마련이다. 항상 문제는 없을 수가 없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어차피 어려움이 많고 감사하는 생활, 원망하는 생활이 있게 되어 있다. 이것은 바로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성 어거스틴은 시를 통해 감사조건을 여러 가지로 들었다. 해가 있음에 감사하고, 달이 있음에 감사하고 별이 있음에 감사하고 등등...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실제로 감사할 조건이 너무나 많다. 불평보다는 감사할 것들뿐이다. 그런데도 매일 불평과 원망 속에 지옥 같은 생활을 할 것인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천국에서 살 것인가, 선택은 내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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