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태극기에 먹칠이라니

2004-09-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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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종(대뉴욕지구 태권도협회 이사장)

요즈음 세상이 하도 시끄럽고 꼴불견이라 강태공으로 변신하여 잡세상 물정 내몰라라 팽개치고 살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언론매체를 통한 한국 정계의 소란 중 ‘국보법 폐지’ 논란을 들여다 보니 나의 이해능력 감소증 때문인지 보통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가 힘들다.

엊그제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과의 면담에서 ‘국가보안법’은 낡은 유물이다. 낡은 유물은 폐기하거나 칼집에 넣어서 박물관으로 보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이후 편을 가른 작태만상으로 오만 논란이 끊임없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우리 해외동포사회는 정의에 한 몫을 해야만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된다.


다시 말해 이 정의란 좌익이 아닌 우익 국가원칙론을 당당히 지키자는 것이다. 이는 우리 현실의 정도(正道)라는 민주주의로 대한민국 태극기에 먹칠을 하지 않도록 국보법을 올바로 개정하고 현 시국에 맞도록 법을 수행하자는 것이다.

필자는 조국의 정치하고는 비록 거리가 멀지만, 그러나 깊은 관심을 갖고 항상 불안과 걱정, 그리고 때로는 희망 속에서 조국을 바라보며 해외에서 반세기를 보낸 못난이다. 그러나 혈육의 피비린내로 남한을 누빈 6.25라는 단어가 아직도 생생한 만큼 나는 힘차고 장한 태극기 아래 영원한 삶을 갖고 싶은 인생이다.

도대체 어쩌다가 대한민국 정부는 좌익세풍을 두둔하는 계열의 논성을 그냥 두고만 보고 있는 처지가 되었는지, 또 4천만 국민을 보호해주는 이 국보법을 폐지하자는 언성이 우리 국민의 마음을 이렇게도 졸이고 아프게 하는지 참으로 한심하고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그나마도 나는 이번에 대한민국 헌법재판소가 보안법의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찬성한다. 이 보안법이 아무리 캐캐묵은 애물덩어리라 할 지라도 쓰레기통에 넣어 없애버려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지 않은가.

특히 요즈음같은 좌익 풍조의 회오리바람 속에서는 확고부동한 보안법의 존재성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우리 4천만 국민을 보호해주는 이 법을 폐지한다면 동시에 60만 군대를 해체해야 할 것이고 이에 따라 미국은 우방국가인 남한을 사수해 줄 필요성이 없다는 판정 하에 그나마도 남아있는 미군 철수를 단행한 것이 틀림 없다.

이로 인한 한국의 경제적 불안을 현실 보다 한층 더 민감하게 체험하게 되는 외국투자가들은 꼬리를 감출 것이며 이 결과가 초래하는 한반도의 모든 정세는 극심한 퇴보로 기울어질 것이 눈 앞에 뻔히 보인다.

이렇게 상상하기도 어려운 혼란에 빠진다면 새로 등장하는 좌익세력의 등쌀에 너도 나도 ‘달러’ 타고 미국으로 도주할 것이 뻔하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믿고 386세대는 좌익세풍에 동조하며 국보법을 폐지하자고 기고만장한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어제 나는 한국자유총연맹의 권정달 총재가 6.25참전 미 용사들에게 자유메달을 수여하며 한미 우호를 다지는 수여식에 롱아일랜드 한국전 참전용사협회의 한 임원으로 참석했다. 영예의 자유메달을 받아 가슴에 걸고 이를 가슴 깊이 간직하였다.

자유메달의 ‘자유’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보면서 만일 백의 하나라도 국보법 폐지로 인해 대한민국이 좌익세력 하에 들어간다면… 그 치욕스런 억압, 통제, 규제, 압박 그리고 온갖 처벌의 공포로 국민의 권한이 착취되는 사회를 어찌 용납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지난 반세기 이상을 자유라는 바다에서 힘차게 놀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제 좌익의 그물에 엉켜 생존할 자신이 있는지 모르겠다. 후손들의 앞날을 위해서 올바른 양심선언이 그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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