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담보물’ (Collateral)★★★★½(5개 만점)

2004-08-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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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물’ (Collateral)★★★★½(5개 만점)

킬러 탐 크루즈가 택시를 타고 LA의 밤을 누비며 살인을 한다.

킬러 탐 크루즈, 택시운전사 제이미 팍스
상호보완적 연기 일품

잿빛 킬러가 벌이는 ?깔끔한 살인극?

피 맛을 본 사납고 고독한 잿빛 늑대(영화에는 진짜로 한밤 LA 다운타운을 배회하는 카요테가 나온다)를 닮은 죽은 영혼을 지닌 킬러의 무자비한 살육의 녹턴으로 삼빡하게 맵시 있고 강렬하며 박력 있다.
빈틈없고 튼튼한 솜씨를 지닌 감독 마이클 맨의 LA의 밤에 바치는 헌사이기도 한데 LA의 밤이 이처럼 아름다운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다(그런데 맨은 LA에 대해 강한 애증의 감정을 품고 있는 것 같다).
타지에서 LA를 방문한 킬러의 한밤 살인행각의 오디세이로 맨이 역시 LA를 무대로 만든 범죄 액션영화 ‘히트’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격렬한 액션영화이면서도 철학적이요 심리적인 내면을 지닌 영화는 2인극이라고도 하겠다. 킬러와 그의 담보물이 된 택시운전사가 밤새 LA를 배회하면서 서서히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얄궂은 ‘버디 무비’이기도 하다.
12년간 LA의 택시운전사로 일하느라 삶에 지친 맥스(제이미 팍스)가 밤의 첫 손님으로 태운 사람이 이튿날 있을 재판에 나설 여검사 애니(제이다 핀켓 스미스).
이어 맥스의 택시에 잿빛 머리에 잿빛 수염 그리고 잿빛 신사복을 한 날카롭게 생긴 빈센트(탐 크루즈)가 오른다. 빈센트는 맥스와 대화를 나누다가(킬러의 말이 매우 신랄한데 그의 대사가 자신의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600달러에 택시를 밤새 전세 내자고 제의한다. 업무차 5군데에 들른 뒤 새벽에 LA 공항까지 데려다 달라는 것.
빈센트의 지시대로 처음 들른 곳에서부터 빈센트가 킬러라는 것을 알게 된 맥스는 이때부터 동이 틀 때까지 살인자와의 동승이라는 악몽을 겪게 된다. 해외 마약 카르텔의 LA 조직이 검찰에 기소되면서 카르텔은 빈센트를 고용해 검찰측 증인들의 살해를 청부한 것.
빈센트는 맥스를 끌고 다니면서 나머지 업무를 실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킬러와 그의 인질은 상호의존의 관계와 함께 감정의 소통까지도 경험하게 된다.
빈센트를 노린 LAPD와 FBI의 추격망이 점점 좁혀져 들어오는 가운데 빈센트는 크렌셔의 재즈 바와 코리아타운의 나이트클럽 등지를 방문, 목표물을 정확하고 잔인하게 제거한다.
춤추는 젊은이들로 입추의 여자가 없는 나이트클럽 안에서 10여분간 계속되는 총격전이 압권인데 일사불란한 솜씨에 의해 절도 있고 깔끔하게 처리됐다. 감탄을 금치 못할 액션 신이다.
서술 방식의 완급조절이 잘된 영화는 크루즈와 팍스의 상호보완적인 연기가 돋보인다.
자칫하면 크루즈 혼자의 영화가 될 수도 있는 것을 팍스의 절제되고 알찬 연기가 막아주면서 영화의 균형을 유지한다.
크루즈의 지적이면서 허무하고 또 냉혈동물 같은 매서운 모습과 연기가 훌륭하고 그를 고용한 필릭스역의 하비에르 바뎀도 잘 한다.
냉소적인 대사와 두 주인공의 성격 개발 그리고 촬영과 급박한 리듬의 음악도 아주 좋다.
R. Dreamworks.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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