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돈(법정통역관)
사람이 살다 보면 이웃간이라도 말다툼이 일어날 수 있고 때로는 몸싸움이 되거나 주먹싸움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래서 경찰에 체포되고 형사사건으로 입건되어 재판정에 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런 폭행 혐의로 재판정에 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억울한 사연들이 많다. 가장 흔한 폭행사건에서 알아두어야 할 요령을 새겨두자.
최근에 폭행혐의로 입건된 ‘이 모’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아파트의 스토브가 고장이 난지 3주가 되었는데도 고쳐주지 않아 아파트의 수-퍼에게 심한 닥달을 하고서야 겨우 수리한다고 올라왔다.
그동안 화가 올라있던 이씨 부부는 자연히 그 옆에서 잔소리를 하게 마련이었고 일을 하던 수-퍼는 수-퍼 대로 일을 하고 있는 자기를 들볶는데 화가 치밀었던 모양이다.
잔소리를 듣고있던 수-퍼가 일을 하다 말고 옆에 서있던 이씨의 부인을 확 떠밀었다. 이를 본 이씨가 임신중인 자기 아내가 행여 몸이라도 다칠새라 맞대들게 되었는데 이씨 마저 확 떠미는 것이었다.
분을 못 참은 이씨가 수-퍼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한대 쥐어박아 뒤로 자빠지게 되는 일이 생겼다. 이러고 난 뒤에 수-퍼는 그 폭행의 결과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며 경찰에 신고를 했고 이씨는 폭행혐의로 체포되었다.
여기까지는 법원에 입건된 이씨가 말하는 사건의 경위 설명이다. 이씨의 말대로라면 이 수-퍼는 오히려 매를 맞아야 싸고 이씨는 정당방위를 한 피해자인 셈인데 정작 체포된 사람은 오히려 이씨다.
이런 정도의 사건은 거의가 형사범죄가 아닌 위반급(Violation)에 해당하는 괴롭힘(Harrassment) 혐의로 낮추어서 적게는 하루에서 많게는 6개월 기간의 Anger Management Program이라는 분노성격 조정 상담에 가도록 하는 것으로 끝이나게 되거나 그저 풍기문란 행위 정도로 끝나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중요한 것은 이씨가 어떤 처벌을 받을 것인가가 아니고 무엇이 잘못되어 피해자로 보이는 이씨가 오히려 체포되는 입장에 서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사건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되돌아 보자. 첫째는 수-퍼가 먼저 경찰에 신고한 점이고, 필경 일방적으로 이씨가 자기를 폭행했다고 했을 것이고 자기가 먼저 이씨 부부를 밀었다고 말했을리는 만무하다.
반면에 이씨는 또 고장난 스토브를 오랫동안 고쳐주지 않았던 수-퍼 측의 잘못에 관해 설명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아파트와 이씨 사이에 해결해야 할 민사적인 문제이지 형사사건과는 관계 없는, 말하자면 경찰이 관여할 일이 아닐 뿐더러 관심이 없었을 것이고 경찰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누가 주먹질을 했는가 이다.
당연히 이씨가 주먹을 썼으므로 우선은 경찰이 관심을 가지는 포인트다. 또 그에 따른 고발을 받은 것이다.여기서 이씨가 했어야 할 결정적으로 중요한 점은 그 수-퍼가 먼저 신체적으로 공격을 했기 때문에 이씨는 자기와 자기 부인의 방어를 위해서 하는 수 없이 주먹을 쓸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씨가 먼저 이 수-퍼를 폭행혐의로 고발했어야 했다.그렇게 했더라면 사건은 전혀 반대 방향이 되어 경찰은 이씨가 아니라 오히려 그 수-퍼를 체포했을 것이다.
필경은 이씨가 경찰에서도 불평의 중점을 수-퍼가 먼저 폭행을 한 것 보다도 스토브를 그토록 오랫동안 고쳐주지 않았다고 불평을 했을 것이고, 이야기의 중심이 경찰이 상관할 일이 아닌 스토브 고장 쪽으로 빗나가 버린 것으로 보인다.
만약에 같이 고발해서 이 수-퍼도 폭행죄로 역시 체포되었다면 사건은 의외로 간단히 끝나게 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소위 맞고소 사건이 되어 사건은 거의 예외없이 서로 사건을 취하하는 것으로 끝나게 되는 것이 상례이다.
새겨 두어야 할 상식은 싸움 끝에 일어난 사건에서는 맞고소를 해야 이처럼 상호 취하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점이다. 두번째로 중요한 것은 폭행사건이 생기면 내가 먼저 경찰을 불러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경찰에게는 형사사건과 관련 없는 동기 설명은 거의 참작되지 않는다. 정작 강조했어야 했던 것은 수-퍼가 먼저 부인을 떠민 일이지 고장난 스토브를 고쳐
주지 않은 책임 문제가 아니다.
